(흑룡강신문=하얼빈)눈석이가 푸석푸석 해지면 양지받이에는 눈이 녹아 질쩍질쩍 흐른다. 봄이 온것이다. 참새들이 무리를 지어 작년 가을에 논밭에 떨어져 남아 있던 곡식무지에 내려앉아 만찬을 벌인다. 마을앞 개울에서는 벌써 돌돌돌 개울물이 흐르고 개울가에 무더기로 자라난 꽃버들에 버들개지가 살이 올라 곱다. 청명이 지나면 개울물은 졸졸 가락을 뽑으면 노래를 부르고 겨울동안 굴안에서 늦잠을 자던 가재들이 엉금엉금 기여나와 개울물을 따라 달리기를 한다.
나는 하학만 하면 책가방을 집에다 놓고 뒤에서 숙제는 하지않고 어디로 가는가고 앙앙 소리치는 누나의 부름을 귀등으로 흘리며 마을밖으로 달려간다. 들에는 아지랑이가 아물거리고 기러기들이 ㅅ자형으로 대렬을 지어 어디론가 날아간다. 개울가에 도착한 나는 버들숲을 가로질러 모래톱으로 내려간다. 가재잡이를 시작라려면 먼저 후리그물이 있어야 한다. 나는 가지고 간 후리그물에 구멍이라도 생기지 않았나 고심하게 검사를 하고 코물을 훌쩍거리며 살금살금 개울가로 걸어가 숨을 죽이고 기회를 노린다. 개울물은 투명하게 맑아 물밑에 자갈까지도 알른알른 보이고 물밑식구들이 너울너을 춤을춘다. 저녁해가 너울너울 넘어갈 때면 가재들이 까불치면 나울때다. 갑자기 웃쪽에서 차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가재란놈이 나온것이다. 나는 후리그물을 들고 기회를 노린다. 큼직한 놈이였다. 물을 따라 내려오던 놈이 후리그믈을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꼼짝 아닌보살을 하면서 바닥에 납딱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눈알이 뚝 불거져 나오고 몸뚱이가 튼실한 놈이 도망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보자, 이놈, 어딜 도망가? 내가 후리그물을 들고 기회를 노리는데 가재란 놈이 갑자기 뒤걸음 치기를 해서 도망가는 것이였다. 나는 후리그물을 들고 쫒아갔다. 실패였다. 가재란 놈이 살아져 버렸던것이다. 나는 실망에 한숨이 호-하고 나갔다.
다시 물고리만 소연하게 들리고 기러기 소리만 끼룩끼륵 들려왔다. 가재를 많이 잡아가지고 누나를 기쁘게 해주고 아버지가 발갛게 익은 가재를 술안주를 하면서 배갈을 찌우는 즐거운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조바심만 새암새암 솟아났다. 이때였다. 웃쪽에서 쫘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재들이 나타났다. 젛호의 기회였다. 나는 이번에는 가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개울가에 바싹 다가서 후리그물을 들고 긴장하게 기회를 기다렸다. 가재 한마리가 쏜살같이 내앞으로 지나가 버렸다. 두번째 놈이 내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나는 급한김에 후리그물을 버리고 손으로 그놈을 덥썩 잡고 말았다. 큰놈은 아니였다. 나에게 잡힌 가재란 놈은 깍지발을 발발 떨면 대항하는 것이였다. 나는 히히 웃고말았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가재들도 누구하고 무슨 약속이있는지 부지런히 개울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후리그물로 정신없이 가재를 잡았다. 내가 가지고 온 초롱안에는 가재들이 박글바글 했다.
봄철의 가재는 후리그물로 잡지만 여름철에는 가재들이 알을 쓸 시기이기에 물밑에서 나오지 않는다. 낚시에다 솜뭉치를 매달아 물속에다 넣으면 알치기에 속이 출출해진 가재들은 솜뭉치를 무슨 먹이로 알고 달려들었다가 솜에 가시발이 걸려 무더기로 달려나오군했다. 때로는 배에다 알을 다닥다닥 단 가재도 나오는데 알이 해빛에 령롱하게 윤기가 돈다. 내가 때로는 가재를 너무많이 잡으면 어머니를 가재로 가재묵을 만들군 했다. 가재묵은 매끌매끌 하고 고소하면서도 느낀하지 않아 먹기에도 좋았다. 어머니가 가재묵을 하는 날이면 나에게 가재묵을 주면서 이웃집들에 가재묵을 돌리게 했다. 우리집 가재묵을 얻어먹은 집들에서는 나를 보면 가재잡이 왕이라구 부르군 했다. 고향의 개울가에 그 많던 가재는 언제부터인가 살아져가고 봄이면 넘쳐 흐르던 개울도 말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