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가운데 흔하게 피우는건 말보로와 마일드 세븐입니다.”하고 문형사가 말했다.
“마일드 세븐은 일본담배야.”
왕반장이 그의 말을 정정했다.
병호는 카멜꽁초에다 코끝을 갖다대고 킁킁거렸다.
“냄새가 괜찮은데 그래. 여기에 있는 양담배꽁초를 살펴보면 카멜과 마일드 세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개씩밖에 없어. 카멜은 세개 있고 마일드 세븐은 두개가 있어. 하지만 마일드 세븐 두개는 ③번 쓰레기에만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한사람이 또는 두 사람이 옥천탕 뒤쪽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면서 마일드 세븐을 피우다가 꽁초를 버렸을거야. 한사람이 마일드 세븐을 련달아 두대나 피웠을수도 있고 두 사람이 한대씩 나누어 피웠을수도 있는게 그 경우 그 두 사람은 동료이거나 했겠지.”
“카멜은 ①②③에서 모두 나왔군요.”하고 화시가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 던힐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멋지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그녀를 남자들은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마일드 세븐은 두개 다 ③번에만 있었는데 카멜은 ①②③에 모두 한개씩 있었어.”
병호는 세개의 카멜꽁초를 책상우에 나란히 놓았다.
“그걸 범인이 피웠다는것입니까?”
왕반장의 주먹코가 씰룩거렸다.
“아직 단정은 할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얼마든지 생각해볼수 있겠지. 즉 누군가 한사람이 세군데 벽보앞에다 카멜꽁초를 버린거야. 구경군이 우연히 지나다가 벽보를 보면서 카멜을 피우다가 꽁초를 버렸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구경군은 어떻게 해서 나머지 두개의 벽보까지 보게 되였을가?”
“그렇다면 구경군일리가 없지요. 세곳을 모두 보았을리가 없잖아요.”
말상이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병호는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 내 생각도 그래.”
“카멜을 각각 다른 세 사람이 피웠을수도 있잖습니까?”
안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그 경우도 생각해볼수 있지. 그 경우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들이였겠지.”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세군데 벽보밑에 제각기 카멜꽁초를 하나씩 버리고 갔다… 말은 되지만 좀 어색한데요. 자연스럽지가 못해요. 카멜꽁초가 하나나 두개정도라면 몰라도 세개가 하나씩 ①②③에 있었다는건 어쩐지 좀 특별한 느낌이 드는데요.”
화시가 피우던 담배를 비벼끄면서 말했다.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더구나 ①번을 보면 꽁초가 보두 9개인데 그중 8개가 국산담배이고 양담배는 카멜뿐이야. 국산담배속에 유일하게 섞여있는 이 카멜꽁초가 유난히 시선을 끄는 리유는 무언가 강한 느낌으로 와닿기때문이야. 다시말해 강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단말이야. 지나가던 행인이 버린것이라면 왜 ②에도 그리고 ③에도 이게 있었을가? 그것도 하나씩 말이야.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어.”
교수는 카멜꽁초 세개를 다른 사람들이 잘 볼수 있게 나란히 모아쥐였다.
“이 세개의 꽁초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 뭔지 아나?”
“꽁초가 유난히 길군요.”하고 안형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