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범인들가운데는 자기의 범행임을 알리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 놈들이 간혹 있지. 현장에다 무슨 표시를 해둔다거나 피살체의 몸에다 무슨 글자를 써둔다거나 피살체의 입에다 장미꽃을 꼽아둔다거나 그러지. 그렇게 매스컴을 타게 되면 영웅이나 된듯 착각하게 되지. 흔히 영웅심리에 사로잡힌 이상성격의 소유자들이 그런 짓을 하게 되지. 이놈도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있는것 같아.그러니까 이렇게 공개적으로 협박문을 거리에다 내붙인거야.”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이런 짓을 한다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군요.”
화시가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빨리 저지하지 못하면 사건이 이외로 확대될지 모르지. 범인은 그걸 노리고 있을거야.”
“아무튼 오늘밤이 지나면 마각이 들어나겠군요. 녀자 피살체 가운데서 한쪽 귀가 없는 피살체를 찾아봐야겠는데요.” 문형사가 껌을 짝짝 씹어대며 말했다. 왕반장이 그를 흘겼다.
“우리는 피살체를 찾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야. 녀자가 피살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한단 말이야. 녀자가 살해되는것을 막아야 해.”
“알고 있습니다.” 문형사의 껌씹는 속도가 느려졌다.
“달나라에 가서라도 잡아오란 말이야.” 조형사가 랭소적으로 말했다. 화시가 그 말의 효과를 반감시키려는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
“ ‘잘해봐. 제트로부터’ 이 잘해보라는 문장은 앞의 세 문장과는 아주 달라요.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누구한테 잘해보라는거죠.”
“그야 경찰이지. 놈은 로골적으로 우리 경찰에 도전장을 보낸거야. 개새끼.”
왕형사의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화시는 병호에게 미소를 보내며 “Z는 혹시 범인자신의 별명이나 이름자의 첫글자가 아닐가요?”하고 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냥 자신을 표기하기 위해 아무 의미없이 썼는지도 모르고. 아까 말했지만 X나 Z는 알파벳 가운데서 비밀스러운 느낌이 강하고 암시적인데가 있어서 외국에서는 협박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편이지. 지금까지 이 협박문을 검토해봤는데 그밖에 또 지적할 점이 없나?”
형사들은 약속이나 한듯 조용히 앉아있었다.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는 그런 표정들이였다. 병호는 왼쪽 손으로 턱을 괴였다.
“이 협박문에는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어. 녀자라는 말이 모두 한자로 되여있는 점이야. 무심코 읽었지만 이 점이 좀 특이하잖아?”
형사들은 그제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듯 한자로 표기된 녀자라는 글자들을 들여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