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지진참사에서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흑룡강신문=하얼빈 2008-05-29)=요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신문을 읽으면서 자주 눈물을 흘리게 된다. 무정한 재난은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펀펀하던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었으며 가정, 가정에 절망과 비통을 가져다 주었다. 실로 눈물 없이는 볼수 없는 장면들이고 눈물 없이는 들을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생명을 초월하는 인간세상의 모성애는 한번 또 한번 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며 그 여운을 짙게 남기고 있다. 아마 나도 그들과 꼭 같은 어머니이기에 그러하리라.
"엄마, 난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 말은 문천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29세 나는 경찰엄마가 2살난 딸애로부터 받은 마지막 전화란다... 눈깜짝할사이에 한창 재롱을 부리던 딸애를 잃어버린 엄마의 그 마음은 어떠했으랴. 해줄거도 너무 많았는데... 해먹이고 싶은거도 너무 많았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엄마는 어떻게 산단 말인가? 기자가 어린 딸애를 잃고도 구조 일선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나젊은 엄마를 취재할 때 그는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한마디 한마디 말을 잇는다. " '그곳' 사람들이 저의 딸애를 잘 돌봐줄거예요..."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받아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현실앞에서 그는 딸과 같은 동년배 아이를 보살펴주고 돌아서는 길에서 더는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딸애는 그렇게 엄마의 행복을 거두어 갔다. 엄마의 웃음을 소리없이 가져갔다. 이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그 엄마의 기나긴 인생길에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사무치는 그리움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닐것이다.
재난은 무정하게도 우리 어머니들의 품에서 그렇게 자식들을 빼앗아 갔다. 페허속에서 파낸 올망졸망한 책가방들, 주인을 잃은 책가방들이 외로이 고개숙이고 줄을 지어 늘어서있다. 아침에 책가방을 메워 학교에 보낸 자식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저 책가방을 끌어안고 가슴을 뜯으며 오열을 터뜨릴 어머니들, 책가방 메고 달싹거리며 학교로 가던 그 모습이 후날 어머니들의 눈에 흙이 들어가면 잊어지려나. “내 아이들은 어디에! 내 자식은 어디에!!” 어머니들의 피타는 웨침소리가 페허의 곳곳에서 처량하게 들려오고 자식의 생사소식을 모르는 어머니들의 애끓는 발자국이 페허의 곳곳에 피자국을 찍어가고 있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고 수없이 기도하는 어머니들, 내 자식이 무탈하기를, 누가 내 자식을 구해주기를, 또 이것이 꿈이기를... 한 생명을 잉태하여 이 세상에 데리고 온 우리 어머니들이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절절하였다.
페허속에서 죽음을 맞는 그 순간에도 3개월나는 아기를 몸으로 감싸며 보호한 어머니, 아기포대기에 있는 핸드폰에서 아직 보내지 않은 메시지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인간의 모성애에 또 한번 경악했다. "얘야, 네가 만약 이 재난에서 살아남는다면 부디 기억해 다오.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그런 어머니의 육체는 순식간에 무너지며 내리누르는 산더미같은 페허를 꿋꿋이 버텨냈다. 죽음으로 굳어진 어머니의 품속에서 아기는 기적같이 살아났다. 아, 모성애란 무엇이길래,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초인간적인 힘이 분출될수 있는것일가? 모성애는 자기 생명의 일부분이고 생명의 련속인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목적이 선명한 유일한 사랑이리라. 그렇게 내가 나의 살점을 사랑하는것은 극히 당연하고 본능적인 자연스러움이기에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에네르기가 분출되는것이리라... 이번 재난에서 눈물겨운 모성애의 이야기는 너무 너무 많았다. 갑자기 죽음이 닥치는 그 순간에도 오직 자식 하나만을 떠올리는 모성애의 위대함에 숙연히 머리가 숙어진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곁에 있어..."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자식의 옆에서 손을 꼭 잡고 연신 되뇌이는 어머니의 말, 상처입은 아들의 몸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지만 얼굴을 그냥 그냥 아들의 볼에다 비벼대는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과 함께 행복의 기쁨이 흐르고 있다. 이제 불구자가 될지도 모르는 아들이지만, 이젠 사지에서 어느 하나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이 하늘 아래에 살아있다는것만으로, 내옆에서 숨쉬고 움직인다는것만으로도 어머니는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어한다. 아들의 체취를 두고두고 맡을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는 어머니, 제발 죽지 말고 살기만 해다오! 제발, 제발... 어머니의 그 간절한 소원이 역시 기적을 만들어 내기를 우리도 함께 빌고 또 빌어본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와 자식, 자식과 엄마사이를 끈끈히 이어주는 이 노래가 오늘따라 가슴을 아프게 때리며 눈굽을 축축히 적셔준다. 그렇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 자식의 손을 놓고 간 어머니들의 그 아픔, 그 슬픔, 그 고통에 그리고 사무치게 절절한 하나 또 하나의 모성애에 산천이 흐느끼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울고 있다.
/김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