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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이토히로부미를 처단
안중근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는 천주교를 믿고 있으므로 여전때와 마찬가지로 천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천주님 오늘 저로 하여금 2천만 동포의 원쑤인 이토를 처단할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기도를 마친 안중근은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벗고 검은색 모직품 신사복을 갈아입고 그 우에 반코트를 걸치고 머리에는 납작한 모자를 썼다.
안중근은 거사에 쓸 권총을 쥐여들고 손수건으로 여러번 닦고 또 깨끗이 닦았다. 이 권총은 부라오닝식이라고 부르는 검은색 나는 권총으로 한번 방아쇠를 당겨두면 련발하도록 장치되여 있는 8련발 권총이다. 안중근은 권총에 탄알 8개를 재여 넣었다. 이 탄환은 일반 탄환과는 달리 탄환 끝에 열십자형으로 홈이 패여 있다. 이런 탄환은 인체에 닿는 즉시 연과 니켈로 만들어진 탄환의 파렬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창상을 확산시켜 치명상을 입게 한다.
안중근은 권총을 오른쪽 옷 속주머니에 넣고 김성백의 집을 나섰다. 아침 7시경 안중근은 류동하와 같이 포장마차를 타고 할빈역으로 왔다. 역전에는 벌써 러시아 장교들과 군인들이 환영준비를 하느라 사면으로 왔다갔다 분주히 뛰여다녔다. 경비가 삼엄함으로 안중근은 년소한 류동하를 타일러 돌려보냈다.
일본인 환영객들이 역안으로 들락날락 할 때 안중근도 끼여 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러시아 사람들은 일본사람과 조선사람을 가리기 어렵기에 주목을 받지 않았다. 유럽인과 중국인의 입장은 통제하고 일본인은 무조건 통행시키라는 일본 총령사의 요청이 있었던것이다.
안중근은 플랫폼으로 나가는 일등 대합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측의 맨 가운데 있는 바깥이 잘 내다보이는 소매점이 자리잡고 앉았다. 그는 두시간이나 앉아서 차를 시켜 마시면서 이토가 타고 올 특별렬차가 도착하기를 태연스레 기다렸다. 아침 9시 정각 드디여 할빈역에 이토가 탄 초록색 빛이 나는 특별귀빈렬차가 서서히 닿았다.
플랫폼에서 대렬을 지어 기다리고 있던 의장대와 환영대오는 들끓기 사작했다. 기모노 차림의 일본교민들은 큰 경사를 맞는것으로 '히노마루'기발을 휘두르며 '환영한다'고 고함을 질렀다. 파란 눈에 노란 머리를 가진 러시아병사들과 머리태를 길게 드린 중국 청조병사들은 '방들어 총!'으로 경례를 했다. 군악대의 장중한 주악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이러한 모습을 역의 창문을 통해 내다보던 안중근은 분개를 금치 못했다.
플랫폼에서 오랫동안 서서 기다리던 러시아 대장 대신 코코프체프가 차내로 올라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토는 그와 함께 기차에서 내렸다. 이어 귀빈들은 러시아 관리들이 호위하여 동쪽으로부터 서남방향으로 플랫폼을 따라 러시아군악대, 러시아병대, 각국 령사단, 중국병대, 일본 관민들 이런 순서로 의장대와 환영대오를 사열하며 각국의 령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대여섯 사람과 악수를 나누고 서남쪽으로부터 동북쪽으로 되돌아 걸어오고 있었다.
때를 놓치지 말자! 그때까지 일등대합실에 앉아 때를 노리던 안중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서 플랫폼으로 나가 러시아 군대가 늘어서 있는 뒤줄에 바짝 붙어섰다.
그 순간 아무도 안중근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이토히로부미를 바라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기때문이다.
안중근과 이토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사람을 쏘는데 정면에서 겨누면 발각되기 쉽기에 이토가 안중근의 앞을 2,3보 지나갔다고 생각될 때 5미터 남짓한 사격거리를 두고 "받들어 총!"으로 경례를 하고 있는 병사와 병사 사이에 끼여선 채로 권총을 뽑아들고 이토의 오른쪽 가슴을 겨누고 사격했다.
"땅! 땅! 땅!..."
천지를 뒤흔드는 7방의 총소리, 첫 세방의 총탄이 모두 이토를 명중했다. 저격당한 이토는 집중탄을 받은듯 코코프체프 쪽으로 쓰러졌다.
이때 안중근의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 본시 이토의 모습을 모르는데 만일 한번 잘못 쏜다면 큰일이 랑패가 되는것이다. 다시 그 뒤쪽을 향해서 의젓해 보이는 앞서가는 일본인을 새로 목표하고 4발을 발사했다.
이토의 왼쪽에 섰던 할빈주재 일본총령사관 총령사 가와카미토시히코가 오른팔 골절 관통상을 있었다. 이토의 오른쪽에 섰던 일본 궁내대신 이토의 수행비서관 모리야스지로가 왼쪽 허리를 관통당하여 복부 피하에 철알이 박혔다. 궁내대신 모리의 곁에 섰던 남만철도 주식회사 리사 타나카세이지로는 왼쪽다리 관절이 관통되였다. 남만철도 주식회사 총재 나카무라제코의 외투를 뚫고 철안이 오른편 바지에 박혔다. 이와 같이 안중근은 청천벽력같은 사격을 마쳤다. 안중근은 겨레의 원쑤를 갚고 평생소원을 이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안중근은 권총을 공중으로 내던지고 세상사람이 다 알아 들을수 있는 러시아어로 "코레이 우라!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라고 대한국 만세를 목청껏 세차례 웨쳤다.
안중근은 달려드는 러시아 헌병에게 포박되였고 시각은 9시 30분 경이였다.
여기에서 주목되는것은 러시아의 대장대신 코코프체프는 이토와 나란히 서서보행하고 있었으나 무사하였다는것이며 장관뒤를 따르던 러시아의 수행원들도 부상을 입은자 한사람도 없었다. 이건은 안중근의 권총발사 명중률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증명해준다.
플랫폼은 아수라장이 되였다.
이토가 쓰러지자 코코프체프와 나카무라 총재가 이토를 부축하여 렬차안으로 옮겼다. 안중근의사가 이토를 쏜 세방의 탄알중 제1탄은 이토의 오른팔을 관통한 다음 오른쪽 페를 다시 수평으로 관통해 왼쪽 페에 박혔다. 제2탄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가슴을 관통하여 왼쪽 옆구리에 박혔다. 제3탄은 오른 팔을 스친 다음 체내에 들어가 배안에 박혔다.
수행의사 고야마젠과 환영을 나왔던 2명의 일본의사 그리고 러시아병원에서 쫓아온 의사들이 응급처치를 서둘렀지만 내장부위의 출혈로 30분만에 이토는 목숨을 거두었다.
방금까지 그렇게 굉장했던 환영식은 어느새 장례식처럼 되였다. 군악대의 영빈곡과 사람들의 환호속에 할빈역으로 들어온 특별렬차는 11시 40분에 이토히로부미의 시체를 싣고 쓸쓸한 장송곡속에서 힘없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할빈역을 떠나 대련으로 향했다.
안중근은 체포된후 정거장내의 헌병대 파출소로 붙잡혀 들어가 취조를 받았다. 러시아 당국은 일본의 요구대로 안중근을 일본측에 인도시키기로 결정짓고 그날 저녁 9시경 손에는 수갑을 채우고 허리와 다리는 쇠사슬로 묶어놓은 안중근을 마차에 태워 보병과 기병들의 호위하에 남강구 의주가 27호에 있는 (지금의 화원가 97호) 할빈주재 일본 총령사관으로 보냈다. 일본령사관 안에는 지하실 감옥이 설치리여 있었다. 안중근은 이 지하실 감옥 독방에 수감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