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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1)
http://hljxinwen.dbw.cn   2009-03-20 13:59:04
 
 
 
 
 
 
 “호호호 글쎄 그 박화란 애가 최윤희한테 조카 된대요. 그러나깐 최윤희 이종사촌오빠네 딸이라나요.”
 
 “엉? 그건 누구한테서 들은 소린데?...”
 
 “어제 태양도에 있는 별무리호텔을 보러 가면서 강현수한테서 들었어요. 며칠전에 동창모임에 오라고 최윤희한테 통지를 하니 처음엔 방학간에도 학교에 일이 많아 몸을 뺄 사이 있겠는지 모르겠다고 하던 애가 후에는 학교일은 다 처리해 놓았으니 꼭 오겠다고 하더래요. 그러면서 할빈에 가는 김에 북방사범대학에서 공부하는 조카애도 만나봐야겠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현수가 조카애는 무슨 전업을 배우고 이름은 뭔가고 물으니 교육심리학원에서 석사공부를 하는 박화라고 하더래요. 호호호... 현수는 저한테 박화란 조선족학생을 아는 가고 묻지 않겠어요. 우리가 그 애를 알다뿐이겠어요.”
 
 “그래?”
 
 백일호가 받쳐든 양산밑에서 두 사람이 오손도손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두꺼비가 쉬파리 잡듯 구금자의 몸에 와락 덮쳐들더니 연약한 구금자의 허리를 부서지게 끌어안는다. 그 바람에 구금자는 “어마나!” 하고 비명을 지르고 백일호는 두 눈이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눈이 됐다.
 
 대머리 리수길이였다.
 
 “핫, 하- 역시 대학교총장 부인님의 둔부는 내 마누라의 엉덩짝 보다 죽여줍니다. 그려...”
 
 구금자의 몸에서 손을 뗀 대머리는 능청스럽게 턱을 쳐들고 하늘을 올리보며 느물거린다.
 
 백일호는 그러는 대머리를 한주먹 박아주고 구금자는 기뻐서 퐁퐁 뛴다.
 
 “동창들이 많이 왔어?”
 
 “자네처럼 지금 막 오고들 있는거네.”
 
 “그래요. 강현수는 방금 장거리 뻐스에서 내린 안송옥이와 김순애를 차에 태워 태양도로 가는 중이래요. 그리고는 인츰 공항으로 나간대요. 청도에서 오는 주영주를 마중하려고...”
 
 오래간만에 만난 세 동창이 이렇게 모여 서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때였는데 난데없이 왼팔에 붉은 완장을 낀 오십대 녀인이 세 사람이 서있는 한복판을 비집고 끼여들더니 다짜고짜 대머리를 보고 돈 5원을 벌금하라고 한다.
 
 “내가? 왜 벌금이야?”
 
 “방금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땅바닥에 던지지 않았어요?”
 
 완장을 팔에 낀 녀인은 어느새 반쯤 타든 담배를 두 손가락 사이에 또 끼고 있는 대머리의 눈앞에다 방금 던진 담배꽁초를 흔들어 보인다.
 
 “그건 내가 던진거 아니야, 눈을 똑바로 뜨고 이걸 좀 봐, 내 담밴 이 손에 있지 않고 뭐야?!”
 
 “그건 한대 다 피우구 또 이어서 피우는거구...”
 
 “됐어, 됐어 여긴 공중장소라 그런 규정이 있나 봐.”
 
 백일호가 옥신각신 다투는 대머리를 말리자 구금자가 얼른 팔목에 걸고있던 핸드빽에서 돈을 꺼낸다. 그런데 벌금은 5원이라는데 구금자가 꺼낸 돈은 10원 짜리다.
 
 “어이, 눈을 크게 뜨고 보라구, 지금 내 손에서 던지는 이것만 진짜 내가 피운 담배꽁초니깐 돈 5원 돌려줘!”
 
 대머리는 담배를 한모금 길게 들이빨더니 피우던 담배를 홱 하고 먼발치에 던져버린다.
 
 대머리의 장난에 백일호는 우스워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구금자는 깔깔 소리내며 배를 안고 돌아간다.
 
 “내 이 애연가는 담배 때문에 어데 가나 골탕 먹는 판이야, 오늘 이른 아침 기차를 타려고 목단강역에 나왔다가 그 역에서는 또 어떤 봉변을 당해는지 알어? 내가 담배를 한대 뽑아 입에 물고 라이타로 금방 불을 붙였는데 얼굴에 때물이 꾀죄죄한 한 여덟, 아홉살쯤 돼 보이는 사내애가 입에다 긴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 내 앞을 척 가로막더니 맞불을 붙이자며 내 피우는 담배를 내놓으라고 손을 쑥 내미는거 아니겠나? 이거 참, 환장할 일이라구야, 그럴때 자네들 같으면 어쩌겠나?”
 
 대머리의 말에 백일호는 묵묵부답인데 구금자는 “그런 조무래기한텐 당연히 주지 말아야지요.” 한다.
 
 “글쎄 맞불을 붙이게 피우던 담배를 주자니 어른이 낯이 깎기는것 같구, 아니 주자니 그것도 너무 하는것 같구, 그래서 잠간 궁리하다가 ‘에 씨팔, 네놈도 피우지 말고 나도 피우지 않을테야’하고 입에 물었던 담배를 땅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홱 비벼 버리고 말았어. ”
 
 대머리의 이야기에 세 사람이 또 한번 웃고 있을때 김만융교수와 동창생 최윤희가 출입구에서 나왔다.
 
 김만융교수는 이젠 일흔이 많이 넘은 고령인데도 아직 허리가 꿋꿋하고 건강이 좋아 보였다. 다만 예전엔 귀밑머리에만 새치가 많았지만 지금은 머리전체가 흰 물감을 들인듯이 백발로인으로 변했었다. 그런 교수님을 백일호가 다가가서 두 손을 꼭 잡는다.
 
 단발머리를 한 최윤희는 학창시절 보던것과 여전하게 몸매가 미끈하고 키가 쭉 빠졌었다. 래일 같이  쉰 고개에 오를 나이건만 깔끔하고 품위있는 직업녀성의 기질이 그대로 안겨왔다.
 
 “금자구나!”
 
 “윤희야!”
 
 두 녀동창은 반가와서 손을 맞잡고 퐁퐁 뛴다.
 
 “이거 아직도 남자 강을 못 건너본 로처녀 아닌가?! 핫하 로처녀를 한번 안아 보면 또 새 맛이 나겠지?!”
 
 대머리가 두 팔을 벌리며 최윤희를 끌어안는다. 최윤희도 반갑게 웃으며 순순히 받아준다. 그리고는 몸을 빼며 곁으로 다가오는 백일호와 뜨겁게 악수를 한다.
 
 “아하- 로처녀를 나 혼자만 안아보면 자네 반장은 너무 밑지는거 아니야, 자, 그 떡판 같은 가슴으로 반백년 사내들의 손이 가 닿지 않은 처녀의 젖가슴을 한번 비벼보라구.”
 
 익살스러운 대머리가 그저 점잖게 손과 손을 꼭 잡고 뜨겁게 악수하는 백일호와 최윤희를 한덩어리로 마구 붙여놓는다.
 
 “호- 금자야, 너의 남편하고 이래도 돼?”
 
 “뭐, 안될거야 없지. 유럽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인사를 하더구만.”
 
 백일호는 능청스럽게 긴 팔로 최윤희를 끌어안는다. 그리고는 정답게 등을 다독여 준다.
 
 “반장은 예나 지금이나 해발이 변함없이 높네요.”
 
 최윤희가 백일호를 올려다보며 나직이 한마디 한다.
 
 그러는 두 사람을 보며 대머리가 구금자의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저 윤희가 옛날 윤희가 아니구만.”
 
 “그래요. 옛날엔 그렇게 차갑고 쌀쌀하던 애가 어쩜 다른 사람으로 변한것 같아요.”
 
 이윽고 주차장에 이른 다섯 사람은 승용차 두대에 갈라앉아 태양도로 떠났다. 
 
 
  

   할빈 공항
 
 할빈 공항이다.
 
 이곳은 비행기를 타고 둥근 지구촌에 널려있는 대도시들을 오고 가는 하늘길의 한 역이다. 
 
 비행기를 타고 이역을 떠나거나 또 비행기에 앉아 이역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호주머니에 돈이 불룩하지 않으면 제 돈이 아니고 공가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이 공항을 나드는 사람들을 눈주어 살펴보면 옷을 멋지게 입었거나 턱을 높이 쳐들었거나 점잖은 티를 내거나 교양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하고 너른 공항 대합실로 강현수가 들어섰다.
 
 강현수는 키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더 작아 자칭 ‘앉으나 서나’라고 한다. 직업이 신문기자여서 언제나 목에는 사진기를 걸고 다니는 그는 지금 청도에서 날아오는 녀동창생 주영주를 마중하려고 국내출구에 서있었다. 벽채처럼 큰 전자게시판을 올려다보니 주영주가 탄 남방항공 OZ6260차 비행기는 방금 할빈 공항에 착륙하였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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