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8.01.19
——— 고 조계창 연합뉴스 심양 특파원의 명복을 빌면서
언론인의 가치중립적인 프로정신은 이 세상을 정화하는데 막강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중국조선족 사회 더 나아가서 조선반도는 물론 일본에까지도 널리 알려진 반일투사이며 예리한 붓으로 이 세상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또 "감히 황제를 말에서 끌어 내린다"고 "20세기 신화"라는 작품을 펴낸 고 김학철 선생은 임종 시에 "편안하게 살려거든 不義에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고 조계창(72년생, 36살) 기자가 바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 不義에 도전한 한 한국인 프로기자이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9월에 있은 일이다. 중국 개혁개방 30년 성과보도 취재 차 훈춘시를 방문하게 된 조계창 기자는 연길에 도착한 후 나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했다. 마침 필자도 개혁개방한 훈춘시의 모습을 취재하려던 참이라 동행했다. 훈춘시 선전부의 깔끔한 안내로 취재를 마친 후 훈춘시선전부에서는 되려 개혁개방의 변모된 훈춘시를 소개해준다고 고마워 오찬을 마련했다. 그런데 조계창 기자는 "이들의 시간을 허비했는데 반드시 오찬은 내가 마련해야 한다"며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전부측의 거듭되는 요청에 오찬에 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연길에 돌아오는 내내 조 기자는 훈춘시 관계부문에서 외국인 기자의 취재를 열성껏 도와 홍보 부처도 지방이미지 제고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소프트웨어환경이 많이 좋아진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이번 12월 2일 교통사고 전 조계창 기자는 필자에게 연길에서의 취재일정을 마무리 짓고 2일 저녁 항공편으로 심양에 가니 1일 저녁에 함께 식사하자고 제의했다. 뭘 먹고 싶냐고 하니 "오늘 조선산 대게가 연길시에서 헐 값으로 팔리고 있다는 취재를 했으니 대게를 먹자"고 했다.
동행한 필자도 기자의 안목으로 지금 연길시에서 대량 팔리고 있는 조선산 대게의 신선도를 알려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대게로 만찬을 했다. 식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 그는 오늘 저녁에 본부에 송고해야 하므로 우리 일행에게 천천히 식사하라면서 미안해하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완성해 본부에 송고한 기사가 바로 그가 숨지기 전인 12월 2일 한국시간으로 8시 9분자(사고발생 시간 중국시간 8시 30분경)로 발표된 "수출길 막힌 북한산 대게…中서 헐값 세일"이란 제목의 기사이다. 이 기사 또한 그가 중국에서 전한 마지막 소식이 되었다.
고 조계창 기자보다 한창 선배인 필자지만 그의 "철저한 프로정신"에 비추어보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조계창 기자가 비록 중국땅에서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가 2년반(3년 근무,다음해 5월 소환 될 예정) 중국 동북3성에 남긴 발자취는 실로 10여년 아니 20여년 발자취보다 더 값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루가 일사천리로 변모되고 있는 중국 동북3성의 모습, 중국사회 특히는 재중한국인과 조선족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연합뉴스라는 이 매체를 통해 신속히 전 세계에 알린다는 것은 사실 조계창 기자와 같은 프로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윤운걸 길림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