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7.01.18)
구정이 눈앞에 다가오는데 한 안로인은 근심걱정에 쌓였다. 멀리 떨어져 살던 자식들이 와 오래간만에 오붓이 모이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고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그리웠던 자식들이 찾아오는건 반가운 일인데 부담이 너무 크다는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다 손군들까지 오구작작 모이는데 어른들은 밥술만 놓으면 마작판을 벌린단다. 그것도 한패가 아니라 두패씩이나 된다는것, 집안은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마작쪽 굴리는 소리로 요란한데 때로는 돈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의견상이가 생겨 기분 잡치는 언사들이 쏟아진다는것이다. 또 철없는 어린것들이 들락날락하며 떠드면서 집안팎을 수라장으로 만든다는것이다. 게다가 자기 혼자 음식을 장만해야 하고 지어 설겆이까지 해야 하니 너무나도 힘겹다고 했다. 이렇게 며칠 볶아치다가 그들이 훌쩍 떠나면 자기는 녹초가 되여 며칠씩 앓아눕는다고 했다. 듣고보니 그의 심정을 가히 리해할수 있었다.
그 안로인에게 자식들에게 바라는것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안로인은 자식들이 올 때 물건도 사오고 갈 때면 또 용돈도 꺼내놓지만 자기가 바라는건 그런것이 아니라는것이였다. 오래간만에 모였으니 그동안 그리웠던 회포를 나누며 오손도손 이야기나 나누고 동네 상로인들을 찾아 설인사도 올리는것이다. 물론 마작도 놀수 있지만 너무 길게 주야로 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마당에 쌓인 눈도 치고 장작도 패고 녀자들은 같이 음식도 장만하고 청소도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 혼자서 이런 일들을 못해서가 아니라 이래야만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정분을 체현하는것이고 자기 또한 자식들의 사랑을 느낄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예로부터 ‘일이 사랑’이라고 돈이나 물건으로 이런 사랑을 대체할수 없는것이다.
그의 말은 비록 평범했지만 도리가 없는것이 아니다. 올 설 부모를 찾아가는 젊은이들이 이 안로인의 말대로 했으면 좋겠다.
/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