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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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씨(왼쪽)와 중국공동체 전담 김정수 신부. |
“반드시 병 이겨내 살겁니다”
한국 중국공동체 전담 김정수 신부의 손을 붙잡은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아버지’란 이름을 불러본지도 4년이 넘었다. 이 이름 석자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백혈병을 앓고 있는 조선족 이춘선(32)씨. 중국 하얼빈 공정대학을 졸업하고 청도에 직장을 얻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예쁘고 촉망받는 인재였다.
건강했던 그가 감기증상으로 피곤함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6월. 병원을 찾아간 그에게 돌아온 병명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었다.
그 길로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기 시작한 날들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머리가 빠지고 손발이 붓도록 항암치료를 받던 도중, 그에게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다.
골수이식공여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재빨리 수술날짜를 잡았다. 이식날짜를 하루하루 세어가며 다시 주어진 목숨에 감사했다.
수술 날이 다가왔다.그러나 공여자는 오지 않았다. 마음이 변했다고 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 하나 죽으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찾아왔다.
“한국에 가면 유명한 박사님이 있대. 거기 가면 너도 살 수 있어.”
한국에 도착해 찾아간 곳은 여의도 성모병원. 현재까지 그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버지도 함께 한국으로 건너갔다. 딸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현재 대전의 한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달에 받는 월급은 60만원(한비).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전화비도 아까워 딸에게 전화 한통 하지 못하는 아버지지만 1원도 빠지는 일 없이 전액을 딸의 통장으로 부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너무나 행복해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도와주셔서 이제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혈병은 골수이식을 하기 전 까지는 완치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약을 복용하며 통원치료를 해야 한다.
/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