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7.01.09)
보육원 다니는 아들애를 어쩌다가 일찍 데리러 가면 아들은 만나는 애들한테마다 자랑하며 기뻐란리다.
오늘도 간만에 일찍 데려왔는데 아들애는 뛰여다니며 놀고 내가 저녁준비를 했다.
아들은 장난감을 놀면서 항상 비디오를 털어 놓는다. 여러가지 어린이 카툰영화거나 자기네 보육원 체육회 비디오를 켜 놓고 놀면서, 보면서 웃기도 하고 흉내를 낸다. 특히 카툰영화를 볼때는 흉내내기를 즐기는데 목소리도 어투도 신기하게 잘 따라한다.
오늘도 무슨 카툰영화를 보다가 손에는 바도민톤을 들고 도깨비 흉내를 낸다. 주인공이 도깨비에게 쫓겨 다니는 단락에서 도깨비가 "으랴!"하고 내리치자 아들도 글쎄 손에 쥐고 있던 바도민톤으로 자기도 도깨비인양 "으랴!"하더니 랭장고를 냅다친다.
내가 눈이 휘둥그래서 랭장고 고장난다고 소리 질렀는데도 장난에 정신이 빠져서 전혀 반응이 없다. 이에 내가 꽥 소리를 쳤더니 이번엔 빽 돌아서서 바닥을 탁!탁! 내리치며 장난이다.
그러더니 한참후 조용해서 돌아보니 이번엔 다른 카툰영화로 바꿔 털고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 흉내를 내고있었다. 이제는 제법 대사까지 제마음대로 바꿔 가며 혼자 중얼거린다.
"밥이 아직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열심히 밥을 짓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후라이팬을 손에 들고 흔들고 있습니다"...
저녁밥 준비에 바삐 돌며 무심하게 들어오던 아들의 마지막 중얼거림에 나는 료리를 하느라 손에 쥐고 휘들던 후라이판을 들여다보며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6살난 아이가 어쩜 이리두 엉뚱스러운지? 내 아들이지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보인다.
드문드문 있다가 노래가사도 제가 하고싶은대로 흥얼거린다. "나의 엄마 이름은 김설련, 나이는 34살 … " ㅎㅎㅎ
학교에 앉아있다가도 아들애 생각만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정작 만나면 매일 소리치며 싱갱이질 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도 어쩌다가 저녁늦게 들어갈때면 아들애를 안고 이칸저칸 걸어다니고 얼굴에 쪽쪽 뽀뽀두 해주고 아들애도 자기전까지 내가 돌아안가면 자다가도 자꾸 일어나서 내가 돌아왔는가 체크한단다. 남편은 내가 아들애를 잘 교육 못해서 애가 응석이 많고 애교 많다고 나무란다. 나도 가끔은 사내애가 이러면 안되지하면서도 크면 터프해지겠지, 내가 아들을 품에 안으면 얼마나 안을수 있을가 하는 생각에 남편의 나무람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일본 김설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