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그뒤 두 사돈집은 아주 소 닭보듯 정이 멀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아무리 귀한 손님일지라도 한 집에 오래 머물면 자연 구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구관이 신관보다 낫다.
조선 때 서울에서 2,000여리 상거한 함경도 종성군에 한 사또가 있었다. 오래도록 한 자리에서 해먹은 어리숙한 사또였다.
하루는 고을의 한 농부가 와서 송사드리기를,
《현명한 사또님은 들어보시오. 간밤 집 가솔들이 모두 벗고 누워 단잠에 곯아떨어딘 자야밤중에 웬 무지막지한 도적놈이 뛰여들어 천냥가산을 낱낱이 몽땅 털어간 외 부엌에는 한 말 똥까지 싸놓고 갔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듣고난 사또는 물었다.
《헌데 대개 어느 놈인지 그 어투리를 알 수가 없느뇨?》
《황송하오나 대개 어느 놈인지 한 푼어치도 알 수가 없나이다.》
《이놈아! 주인인 네놈마저 도적 맞힌 놈의 기미를 한 푼어치도 알 수 없거늘 내라서 무슨 용빼는 재간이 있어 그놈을 잡아낸단말이냐? 이따위 일은 아랑곳 않노니 어서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이리하여 농부는 부옇게 쫓겨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 사또는 승직하여 도의 지사로 올라가고 새 사또가 부임해 오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농부는 일루의 희망을 안고 다시 그 새 사또를 찾아 가게 되었다.
《존귀하옵신 사또님, 인젠 몇 달 지난 일이온데 어느 하루밤은 온 집 가솔들이 모두 단잠에 곯아 떨어진 자야밤중에 웬 무지막지한 도적놈이 뛰여들어 천냥가산을 몽땅 떨어간 외 부엌에는 똥까지 싸놓고 갔사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