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7.01.04)
벌써 넷이 아는 것이라
옛날 중국 후한 때 일이라고 한다.
하루는 양진이란 사람이 동모라는 고을의 태수가 되어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자 태수에게 잘 뵈여 한 자리 하려는 사람, 태수에게 잘 뵈여 어수룩한 일을 슬쩍 덮어 감추려는 사람, 숱한 어중이떠중이들이 크고 작은 예물을 갖추어 가지고 뻔질나게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 중 에서도 아첨을 잘하고 협잡을 잘하는 왕밀이란 사람이 어느날 밤 어둡기를 기다려 생쥐처럼 양태수 댁에 기어들었다.
≪해해, 저 태수님. 이거 작은 물건이지만 소인의 성의이오니 어서 받아주시옵소서.≫
왕밀은 짧은 혀를 날름거리며 금 백냥을 얼른 내놓았다.
그러자, 양진 태수 그 금을 되돌려 주며,
≪나에게 절대 이런 짓을 하지말라!≫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니까 왕밀은 ≪태수님, 이 일은 그 어느 누구도 알 바 없거늘 구태여 사양하시옵니까?≫하고 은근히 말했다.
그러자, 양진태수는 정색하고 말했다.
≪너는 똑똑히 들으라! 오늘 저녁 밤이 깊어 이 일을 그 누구든 모른다고 하지만 그래 벌써 저 하늘이 알고 이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알거늘 이러면 벌써 넷이 아는 것이라. 어찌 천하에 은밀한 비밀이 있을 수가 있겠느냐?! 그러니 어서 썩 가지고 돌아갈지어다!≫
태수의 강경한 사절과 질책에 왕밀은 낯만 지지벌개 그대로 금을 가지고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민간에는 ≪벌써 넷이 아는 것이라.≫는 속담이 류전되게 되었으니 불의한 비밀은 반드시 아무 때건 들어나고야 만다는 뜻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