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설의 숨결 (외 3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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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길
꽃으로 피여 향기 가득
꿀벌 부르고 태양의 총애
한 몸 가득 받은 세월
그 반짝이는 기억에 빗장 지르고
열매를 잉태하고 마디 늘이며
세월 속에 숨겨온 숱한 이야기
땅속에 얼기설기 그물 늘였다
거울마저 등지고 산
세월의 언덕에는
피부는 터실해도
사랑을 치켜세운
나무 한그루 거연하다
꿈 꾸는 애싹 위해
하늘과 조용히 어깨 겨루며
자신의 봄을 흔쾌히 바쳐온
천사는 바로 내 곁에 있다
6월의 편지
저 손바닥 같은 나무잎이
뿜어올리는 싱싱한 향기에
손을 대면 뜨겁다
땅속에서 길어올리는
맑은 샘에 목을 추기며
폭양 맞서는 오기
극한의 갈증에도
하늘 향한 곧은 줄기
문안마저 사치다
타고 난 숙명의 갈망
다망한 일상의
다시 없는 거울
한폭의 청춘을 그려가는
살갑고 고매한 심상
그늘도 시원한 멜로디여라!
딸꾹질
올리 솟는 힘이
내리 누르는 힘보다
더 세고 강하다
어느 한 부위든
억울하게 짓눌리면
항의는 강렬하다
일상은 들뜬 환상이
전혀 아니임을
속속 가르치고 있다
풀잎에 맺히는 이슬
하늘 잠간 담은 빛
결코 찬가만은 아니다
무지개
예고 없이 밀고 들어온
힘겨웠던 과거는 결코
암담한 회색은 아니였다
벼랑끝에 세워놓고
판가리 선택 강요하던
무가내도 빨간색은 아니였다
꽃을 찾아 천만리
야무진 꿈 채집하는
험로 역시 노란색은 아니였다
한껏 부풀고 갈등하고
치솟았다 꼰지기를 반복하는
의미의 조합도 푸른색은 아니였다
일상이 다듬은 구슬들이
해빛의 총애 한몸에 안고
한번 쯤 빛나는 순간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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