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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 강효삼
1
어머니란 따뜻한 그 낱말과 함께
세상에 가장 흔한
흔해도 가장 소중한 말
2
살아서 그 흙길로 돌아가지 못하면
죽어서 물길로 돌아가라고
강심에 뿌려주는 하이얀 백골,
아,고향은 몸으로 못가면
영혼으로 가는 곳.,
3
옛집은 무너져 그 흔적조차 찾을 길 없고
옛길은 풀에 묻혀
그 모습조차 기억할수 없네.
어릴적 그리도 풍요롭던 고향이
이처럼 작고 초라함은 슬픈 일이나
내 만일 어른이 된 오늘에도 그냥 고향이
어릴적 그때처럼 아름답다면
외려 그것이 더 큰 슬픔 아닐가
그건 그만큼 내가 변하지 못했다는것
고향은 동년의 추억속에 더 아름다운거다
4
ㅡ 다시 고향에서
벌가득 넘치던 기쁨과 희망은
세월 강따라 아득히 사라지고
우리글 랑랑하던 학교도
이젠 낯설은 언어로 가득찼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내려보며 동무해주고
떠나간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돌본다는 고향
그 벅차던 숨결의 고향은 이제 눈앞에 얼씬거리지 않아도
나는 안다,우리에게 또 다른 무수한 새 고향이 있다는것을
저기 가없이 펼쳐진 지평선 곳곳에서
누구는 뜨르르한 기업인으로 성장하고
누구는 또 지성인, 학자가 되고
고향에 그냥 남았으면 한평생 농사의 굴레쓰고
흙투성이 못난이로 뒹굴었을 그네들
이제 고향사람 부러움의 시선속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고향이란
사람을 키워내는 한때의 그릇일뿐
꽁꽁 묶어놓는 바줄은 아니다
더구나 한자리에만 꾹 박힌
소말뚝은 아니여라
고향은 새로운 세대가 딛고 올라설 사닥다리
고향은 때되면 절로 씨앗을 터트리는
잘 익은 도토리알 같은것
고향을 사랑한다하여 가난을 사랑할수 없고
흙을 딛고 산다하여 흙에만 얽매일수 없나니
어제날 우리 작은 고향찾아 헐레벌떡 모여든것은
우리들 고향하나 착실히 갖기 위한 모지름였고
오늘 우리 저마다 고향밖을 뛰쳐 나가는것은
온 세상을 우리의 고향으로 만들고저 함이니
버려야 가질수 있고 비워야 채울수 있음이
그 어느때보다 분명하고 절실해진 오늘
가난의 정 돈독했던 우리의 옛고향들이여,
너에 대한 포기와 배반을 서러워마라 ㅡ
이젠 너도 또 나도 슬퍼할 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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