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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머리에 꽃핀 하나 달아줄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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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 09:22:41
 
     
 

  (연대) 리화

 

  은 흰머리가 부쩍 많아졌다.

  귀밑가며 이마부근이며 정수리에 돋아난 흰머리가 “이건 유전으로 생긴 새치가 아니야. 흰머리야. 호호” 하면서 조롱하는것 같아 얄밉고 속상하다.

  새치가 돋아나면 주기적으로 뽑았던것은 나의 십여년동안의 일상사에 속했다.

  한오리 뽑으면서 “검게 변햇!”, 두오리 뽑으면서 “새치 돋지마!”… 하는 강제적인 의념을 주면서.

  이렇게 거울앞에서 서있던 시간들을 합치면 얼마나 될가.

  부질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지금 나는 또 거울앞에 서있다.

  꾹 참고 아홉달간 뽑지 않았더니 지금은 긴 머리속에 제법 언듯언듯거리고 있다.

  한오리 한오리 뽑을 때마다 두피를 자극해 쨍~하고 싸~해났다. 마치도 잘 통하지 않던 혈이 활짝 열리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백발동안?…

  으… 무서워. 빨리 뽑아버려야지.

  누굴 도망치게 할수는 없잖아.

  스트레스 적게 받자.

  영양분 충분히 섭취하자.

  머리 마사지도 해줘야징.

  거울속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음을 볼수 있었다.

  멜라닌 색소가 감소되면 머리가 가려운것인가? 간혹 머리에 혈이 잘 통하지 않는듯한 느낌이 올 때면 두통이 생기기도 하는데, 항상 가렵고 아팠던 곳에 흰머리가 무더기로 돋아있었다.

  가려웠던 일, 내게 가려웠던 일이 많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아팠던 일도 수두룩했을수도 있다. 가렵고 아팠던것을 뽑아버리면 다시 가렵고 아프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어설픈 나만의 착각이였다.

  이젠 지나가버려서 기억속에 가물거리는 아픔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니겠지? 그런데도 내 머리에 올올이 자라나는것은 그 기억에 대한 색바램이 아닌가싶다.

  좋은일 한올, 나쁜일 한올, 한올한올씩 색바래져 나중에는 모든것이 담담해지는거겠지?

  그래, 시간이 흐르면 모든게 색바래지는거야. 색바래지는건 추해지는것이 아니잖아. 색바래질수록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자상해지는 법이야.

  이제부터는 바래지게 내버려두는거야. 나 워낙 하얀색 제일 좋아하잖아. 몽롱하고 신비한 그 색상을.

  나 백발이 되여도 좋아. 내가 백발이 되여도 백발다운 우아함이 있을테니까.

  동네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렇잖아.

  이 동네로 이사와서 매일이다싶이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겨우 운신하는 할아버지를 부축하면서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봐왔다. 날씨가 특별히 안좋은 날은 제외하고 하루에 꼭 한두번씩 산책을 나와서 긴 벤치에 앉아 있는 로인내외였다.

  둘 사이에는 대화도 없었다. 조용히 걸어갔다가 벤치에 앉아서는 먼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군 했다. 가끔씩 할머니가 손수건을 꺼내여 할아버지의 이마를 닦아주고 입가를 닦아주는것 외에는 별다른 거동이 없었다.

  “오늘 해빛이 참 좋구먼유.”

  “그러게유. 당신의 눈빛처럼 맑구려.”

  “걷느라 힘드셨쥬?… 땀 닦아줄게유.”

  “그려…”

  침묵속에서 오갔을 그들만의 대화를 잠간 상상해보면서 투명한 해빛에 반짝이는 두 로인의 백발이 우아하고 자상해보였다.

  그랬다. 나는 항상 내것은 안좋고 남의것은 좋아보였으며 나는 잘못하고 남은 다 잘하는것으로 보였다. 하물며 흰머리도 내 머리에서 자라는것은 밉고 남 머리에서 자라는것은 멋져보였다.

  어느 젊은 교수의 언듯언듯한 머리칼은 그 학문의 깊이를 더해주는것 같이 멋졌고 손을 꼭 잡고 인행도를 지나가던 백발 로인내외의 모습은 다정하기만 했다. 부러워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돌아보기까지 했지 않았던가.

  혼자만 잘못하고 혼자만 나쁜것이 차례지고 혼자만 늙지 않으려고 버둥대는것 같아서, 혼자만 아픔이 있어서 다 지워버리려고 했던것 같아서 쑥스럽기만 했다.

  그래, 이젠 내 곁의 모든것과 함께 늙어가는거야. 품위있게 늙어가는거야.

  그럼, 내 발랄함은 매몰되는거야?

  아닐거야. 귀여운 백발도 있겠지. 어느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로우완퉁처럼. 익살궂고 철없는.

  나도 귀여운 백발이 되고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토끼머리나, 사과머리를 매거나 한쪽으로 머리를 올리묶어 귀여운척 해도 예쁘게 봐주는걸가?

  적어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앞에서는 예쁜 머리핀 달고 귀여운척 해도 괜찮은거겠지?

  핀 전체를 하얗게 도금했고 가운데 두 꽃송이는 반짝이는 인공보석을 박아 그 시절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고운 머리핀. 겨울철 맑은 날씨에 눈길을 걸을 때면 해빛을 받아 더 령롱하게 반짝여주던 핀, 교실에서도 창가로 해볕이 비껴들어오면 반대편에 무지개 빛갈로 반사되여주던 핀…

  내 맘에 쏘옥 드는 그런 머리핀을 내 머리에 꽂아줄 사람은 있을가?

  침묵을 해도 내 눈빛만 보아도 날 알아주는 그런 사람이면 가능할것이다.

  수십년이 지나 내 머리가 은하수를 따다놓은듯 은빛폭포로 반짝이면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머리에 상큼한 꽃핀 하나 달아줄수 있나요? 흘러간 세월에 무지개핀 하나 꽂아줄수 있나요?

  저 거대하고 고요한 별들의 강이 부서져서 내 머리로 내려와 폭포처럼 드리우는것보다 감사하고 좋은 일이 어디 있을가요? 우린 그때 은빛세계에서 은빛이야기를 나누면서 은빛미소를 지을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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