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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앵두향기 풍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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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 09:22:41
 
     
 

  (녕안) 최영란

  요즘은 앵두가 제철이라 나는 매일 식전에 강변에 나가 앵두 한웅큼 따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날 나는 느닷없이 아침시장에 나갔다가 앵두장사를 보았다. 그래서 비싸지도 않은 앵두를 한줌 사먹으려다가 내가 알고 있는 앵두나무가 생각나서 부랴부랴 발길을 돌렸다. 아니나다를가 금년엔 별나게도 앵두가 탐스럽게 많이도 달렸다. 오동통하고 새빨갛게 익은 앵두를 한웅큼 따서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그 맛 또한 영원히 변할줄 모르는 새콤하면서도 달큼한 꿀맛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앵두를 좋아했다. 과일이 너무도 부족했던 시기, 아빠가 하향하셨던 시골마을에는 앵두가 얼마나 귀했는지 모른다. 옆집 터밭에 새빨갛게 열린 앵두를 보고 군침만 꼴딱꼴딱 삼키는 우리 형제를 위하여 아버지는 앵두나무 세그루를 심어주셨다. 삼년이면 앵두가 달리건만 우리 집 앵두나무에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본적이 없다. 이른 봄이면 새하얀 꽃이 활짝 피고 단오가 지나면 열매가 맺지만 우리 집 앵두는 익을새도 없이 우리 손에서 작살나군 했다.

  해마다 앵두철이면 나는 아무리 비싸도 앵두 한줌은 꼭 사먹군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온 세상이 과일천지라 뜨락에 빨간 앵두가 다닥다닥 달려도 별로 희한해 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달고 굵직한 먹음직스러운 미국종 큰 앵두가 장터에, 상점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동년의 추억을 한가득 품은 고향의 신토불이 앵두를 더욱 즐긴다. 매일 아침 강변으로 달려가 앵두 한웅큼씩 따먹는 그 기쁨이야말로 온 세상을 다 얻은듯 하다. 앵두나무집 할머니는 가지만 분지르지 말고 마음껏 따먹으라고 말하면서 자기 집에서는 아이든 어른이든 뜨락의 앵두를 따먹지 않고 미국종 큰 앵두를 사먹는다고 푸념했다.

  앵두향기는 날마다 내 발목을 꼭 잡고 강변으로 이끈다. 아침마다 극성스레 앵두를 따먹는 나를 사람들은 의아한 눈길로 바라본다. 그도그럴것이 저 다리아래 집뜨락에는 앵두가 너무 많이 달려 가지가 막 휠지경인데도 별로 따먹는 사람이 없다. 아마 저 앵두들은 한번 따 먹혀보지도 못하고 나무에서 말라버리고 말것이다. 전에는 앵두를 따서 학비에 보탰건만 지금은 돈도 별로 안되니 거들떠보지도 않는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몇십년이 지난후에는 우리 후손들이 토종 앵두의 맛을 모르고 살가봐 걱정이다.

  자세히 보면 그많은 앵두는 저마다 크기도 다르고 색갈도 다르며 나무마다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떤 앵두나무가지는 고약한 풀줄기가 가지끝까지 타래치며 감겨올라가 잎이 다 떨어져 앙증맞게 열렸던 앵두가 크지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음을 볼수 있다. 또 어떤 앵두나무에는 들거미들이 거미줄을 얼마나 억세게 쳐놓았는지 잎이며 알이며 모두 꼼짝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작디작은 앵두 한알을 탐스럽게 키우려고 천신만 고를 겪어야 했을 앵두나무를 생각하니 한낱 식물이라지만 생과 삶은 우리와 다를바가 없음을 감지한다. 엄동설한의 모진 추위를 이겨내며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앵두, 그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관계치 않고 언제나 변함없이 고향땅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지 않는가? 앵두는 주어진 자신의 소신을 탓하지 않고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한결같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지 않는가?

  내 고향의 앵두나무는 이제 몇년을 더 존재할수 있을가? 언제면 또다시 다른 나라 지구 저편에서 이종되여 오는 과일, 새로 개발되고 있는 이상한 과일들에 밀리지 않고 그전처럼 떳떳이 뭇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제철 과일 구실을 할수 있을가? 하지만 내 고향 앵두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을 조금도 개이치 않은듯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삶이란 워낙 그런거야.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각박하더라도 그 누구 도 탓하지 말고 피하지도 말고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그 누구나 자신부터 아끼고 사랑해야만 남들도 너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는것을 가슴깊이 새기라고, 우주의 천지만물과 비기면 우리 매 개인의 존재는 너무도 초라하여 볼품없지만 하냥 물로 씻은듯이 깨끗이 살아야 한다고 다독여주는것 같았다. 주어진 삶, 피할수 없는 운명이라면 하냥 그렇듯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일깨워 주는듯 했다.

  내고향 앵두는 그 모습과 그 맛이 조금도 변함없다. 하냥 예쁘고 귀여운 모습으로 고운 붉은색으로 고유의 맛을 풍기면서 고향땅을 지키고 있다. 나도 앵두나무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드팀없이 내가 나서 자란 이 땅에 깊숙히 뿌리박고 흙처럼 물처럼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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