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장
(흑룡강신문=하얼빈) "한국내 조선족 수가 40만명이 넘는 데 이들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과 중국 관계, 남북통일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조선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속히 정립돼야 합니다."
곽재석(50)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 체류 외국인 중 최대 집단인 조선족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조선족 문제를 연구하고, 조선족 정책을 개발해 제시하며, 조선족 권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조선족 전문가다.
지금은 없어졌으나 2006년 법무부가 신설한 '외국적 동포과'의 개방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조선족 문제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그는 2009년 조선족이 많이 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이주동포정책연구소를 아예 차렸다.
이 연구소는 이주와 동포 문제를 다룬 학술저널 '미드리'를 발간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재외동포의 이주 현황과 향후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다음달 14일에는 '중국동포의 체류 현황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조선족 관련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은 국적상 중국인이지만 동시에 동포라는 점에서 다문화 범주에 넣기에는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다문화 관점에서 조선족을 대하는 것은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전제하는 만큼 적잖은 반발도 따른다.
곽 소장은 "통계로 보면 한국이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국내 체류 외국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말과 피부색이 같은 중국동포이기 때문"이라며 "조선족이 완충역을 한 덕분에 한국이 큰 갈등을 빚지 않고 다문화 사회로 안착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선족을 다문화 관점에서 접근하면 조선족이 배신감을 크게 느낀다"고 전하며 "다문화라는 말 대신 차라리 '이민'이나 '이주'라는 용어를 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조선족이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면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게 곽 소장의 지론이다.
그는 "조선족이 국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유에서 이들을 막는다면 그 일자리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하지만 피부색과 말이 다른 외국인들이 간병인, 가사도우미, 식당 종업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직종에서 조선족을 대체해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재직 당시 조선족을 동포로 포용하는 방문취업제 도입을 주도한 그는 외국인력보다 상대적으로 사회 적응에 유리한 조선족에 대해 장기적 관점의 철학을 정립해야 하고, 이들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취업제'는 조선족을 동포로 여겨 한국이 그간 일군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누자는 뜻에서 출발했다"며 "정권이 바뀐 후 조선족을 동포로 여기지 않고 외국인력으로 접근하면서 최근 조선족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소장은 "남북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할 때 중국 동북3성 동포들은 완충 또는 지지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며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갈 때 조선족이 한국을 혐오스럽게 여기고, 반한 인사가 된다면 우리에겐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곽 소장은 "다문화 예산 3천200억여원(한화 이하) 중 중국동포 예산은 1천5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조선족을 향해 '민족 정체성을 버린 중국인'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느냐"며 "이들을 멸시하고 배척하면서 민족 정체성을 간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곽 소장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유학하며 재미동포의 미국 내 정치 참여를 연구해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학 대학원 등에서 일하다 법무부에서 외국적 동포과장을 지냈다.
그는 "영등포구나 구로구는 한국에 귀화한 조선족이 많은 데 이제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의원이나 구의원 등 정치인이 나올 때도 됐다"며 "이민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참정권 확보와 정치 참여가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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