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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떠나간다
//hljxinwen.dbw.cn  2018-09-17 10:37:09

조성숙(벌리)

  (흑룡강신문=하얼빈)'화목'이란 말을 농촌에서 지금도 쓰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고향마을에 있을 때 10월이 되면 화목 주간이 있었다. 화목이란 불을 땔 감 즉 땔나무라는 뜻이다. 내가 어릴 때 농촌에는 석탄을 때는 집이 극히 적었다. 집집마다 온돌방이 있는데 불 땔 감이라고는 들에 나는 새나무, 쑥대, 그외에 생산대에서 탈곡이 끝난 다음 나누어 주는 벼짚 북데기였다. 우리가 사는 고장은 버덕이라 장작이 거의 없었다. 또 그 때의 살림형편으로 개인집에서 석탄을 사서 땐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였다. 지금 은 벼짚도 안때고 거의 밭에서 태워버리지만. 소가 절반 로동력이였던 그때 벼짚은 생산대의 소먹이로 매우 귀중한 존재였다. 그리고 어쩌다 집집에 나누어주는 벼짚은 부업으로 가마니를 짜서 돈잎을 만들다나니 언제 부엌아궁이에 들어갈 것이 있었겠 는가?

  화목주간이 되면 우리집에서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오빠, 언니하고 점심을 사가지 고 새밭에 간다. 엄마는 휴식 짬에 먹으라고 작은 사과랑 점심 가방에 넣어주군 했다. 그때 내나이 열두어살이라 새나무는 베지 못하고 묶어놓은 나무단이나 나르면서 점심참을 축내는 것이 고작이였다. 하지만 나무단을 나르는 것보다 더 신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무져놓은 나무무지에서 뒹굴며 노는 것도, 풀떡 풀떡 뛰는 베짱이를 잡는 것도 아닌 새밭에 물이 고인 곳에서 와글와글한 고기새끼들을 줏는 일이였다. 그래서인지 화목주간은 나의 동년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지금 농촌에 가면 이전의 이런 새밭은 언녕 없어졌다. 전부 개간해서 밭을 일구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새나무를 때는 집도 없어졌고 나무하러 다니는 사람도 없어졌으며 화목주간도 없어졌다.

  그런데 불땔 나무 하는데 따라다니던 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요사이 나는 출근 길에서 뜻밖에도 땔나무를 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것도 삼면이 산에 둘러쌓여있는 이 자그마한 현성에서 산에 가서 장작개비를 주어오거나 하는 것이 아닌 쑥대를 베는 사람을 말이다.

  우리 현성에는 시내중간을 지나는 강이 있다. 이 강을 사람들은 연자하라고 부른 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이 강에는 물이 많아 고기를 잡는 사람, 빨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겨우 발목을 넘는 옅은 물이 강 중간을 졸졸 흐를뿐 이였다. 그런데 도시건설을 하면서 번화한 시내중심을 흐르는 구역은 세면트로 제방 을 쌓고 강뚝 량쪽에 대리석 란간을 해놓고 또 버드나무를 쭉 심었으며 강뚝은 유보도를 만들었고 약간씩 락차가 있는 곳에는 물을 막는 설비를 해놓아 물이 강에서 출렁이고 락차가 있는 곳에서는 물이 쏴쏴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것이 이 시내의 한 풍경을 이루기도 한다. 이런 연자하가 남에서 북으로 시내중심을 지나 현성을 거의 벗어나려는 곳에 이르렀을 때 이곳의 '자연'풍경은 락차가 있고 물이 출렁이는 시내중심과 완전히 다르다. 너비가 거의 40여메터되는 강안에는 또 좁은 도랑이 있는데 이 좁은 도랑으로 물이 흐르고 물이 없는 강안에는 쑥대가 우거지고 때로는 버들도 무더기씩 드문드문 있어 그야말로 예전의 '버들방천'같은 느낌을 주는데가 있기는 하지만 무연한 쑥대밭이 우거진 것이 어쩐지 처량하여 버림받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내중심에 자리잡고있던 조선족중학교가 어떻게 되여서인지 지금은 버림받은 연자하를 곁에 두고 자리잡고있다. 그런데다 학교의 서북쪽에는 이 현성에서 경제효익이 제일 좋다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에서 오후 두시쯤 해서 내뿜는 누런 가스는 우리가 피할 수도 도망할 수도 없는 '막연한' 관계로 되여 학교는 학교대로 민족교육의 진지를 지키고 가스는 가스대로 현성의 경제를 위하여 매일 제시간에 어김없이 우리가 사는 하늘을 타래치며 여유작작 바람에 따라 흩어 진다. 이렇게 '물 좋고 공기 좋은'곳에 자리잡은 학교이지만 조선족학교가 현성에 하나 뿐이라서 개학이 되면 주위의 조선족촌에 있는 공부할 나이가 된 아이들이 모여온다. 이들은 학교의 주변에 있는 한족들의 집을 세맡고 할머니를 따라 또는 친척을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여 학교주위 에는 이 몇해 사이에 새로운 '조선족동네'가 형성되였다.

  매일마다 강변을 따라 학교에 출퇴근 할 때마다 나는 강변의 하나하나의 변화에 마음이 쓰이군 한다. 그러다가 아침 출근길에 강안에서 어떤 사람이 쑥대를 베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농촌에서 자라서인지 무성한 쑥대밭을 볼때마다 이것을 베서 말리웠다가 불을 때면 얼마나 좋으랴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불을 땔 온돌이 없으 면서도 말이다. 불 땔 감을 보면 새나무보다 쑥대나무가 더 불땜이 좋았었다. 그래서 이전에 화목주간이 되여 새밭을 나눌 때 제비뽑기를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금년에는 쑥대밭이나 차례지면 좋겠다고 했었다. 지금 석탄값이 한톤에 500여원이라니까 강안 의 이 쑥대만이면 온 겨울의 불땔거리는 문제없을상 싶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 나무군에게 특별한 신경이 쓰인 것 같다.

  며칠이 지났다. 나무군은 한키 넘게 자란 쑥대들을 베서 쭉 눕혀놓았다. 요사이에는 금방 벨 때 파랗던 쑥대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말라가는대로 나무군은 단을 묶어놓았다. 그리고는 단끼리 마주세워 'ㅅ'자 모양으로 줄을 지어 가쯘히 세워놓았다. 이전에 아버지도 나무를 해서는 이렇게 세워서 말리우군 하였다. 나무군은 일솜씨가 여간 깐진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을 눈여겨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한족일가? 조선족일가?

  지금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행에다 또 도시진출에 신이 나서 목돈벌이에나 흥미를 가지지 이런 땔나무 같은것에는 신경조차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먹고 노는데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 자그마한 현성에 꽤 규모를 갖춘 조선족 노래방이 두개나 되는데 매일 저녁 조선족들이 광림해 주셔셔 매우 흥성흥성하다. 또 즐비하게 늘어선 마작관에는 먼저 예약을 해야지 좀만 어정거렸다간 축에 끼우지 못한다. '뭉치돈'을 벌어온 조선족들은 마작판에서도 한족에게 짝지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선족동네'에는 똥돌이네 엄마와 갑순이네 아버지의 사랑이야기가 이제는 신비한 것이 아닌 이야기로 할일없는 사람들의 입에서 들먹여 지고있다. 집이 없으면 아파트에 고가의 세를 내고 살면서 외지에서, 외국에서 보내오는 생활비를 초과완성해 쓰군 한다. 빨간 기와집에 살면 석탄을 사다 한족 일군을 불러서 석탄을 곳간에 퍼들이고 자기는 사장님이나 된듯이 대범하게 돈지갑 에서 돈을 꺼내 한족아저씨에게 쥐여준다. 제멋에 흥이 나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데 이런 생활이 자연스럽게 세월의 절주에 맞춰서 되풀이되고있다.

  그런데 지금도 저렇게 화목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어쩐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생활이 어려워서일가? 아니면 나처럼 그저 썩어나는 쑥대가 아까와서일가? 그것도 아니면 매일 그저 놀기가 지겨워서 신체단련삼아 하는 일일가? 하여간 저 사람은 한족일거야. 나는 쑥대를 베는 그 사람이 무조건 한족일거라고 단정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거리에서 넝마주이를 하거나 삽을 들고 일거리를 찾거나 건축현장 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조선족은 한명도 없으니말이다. 한족들은 어딘가 조선족과 다른데가 있다니깐. 돋보이게 다른데가. 그들은 아무리 궁상을 떨어도 저금통장에 몇십만원쯤은 챙겨두고있단다. 조금이라도 있으면 행세를 하려는 조선족 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느날 저녁 퇴근할 때였다. 강변을 걸으며 보니 강뚝에서 한 녀인이 나무단을 나르고 있었다. 강안에서 남자가 나무단을 날라다 뚝에 올려놓으면 강뚝에 있는 녀인이 그 나무단을 길에 세워놓은 밀차에 날라가는 것이였다. 밑에 있는 남자가 소리 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지 말라니깐! 아직 잘 마르지 않아서 무거워" 그 소리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아니 이 사람들이 원래는 조선족이였구나! 나는 선자리에 굳어진채로 한참동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60이 바라보이는 분들이였다. 아마 저분들은 손자나 손녀의 공부를 위하여 주위의 농촌에서 올라온 이 '조선족동네'에 자리잡은 사람들일 것이다. 이 몇해사이 이 '조선족동네'에 저런분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모른다. 아들의 자식, 딸의 자식에다 거기에 친척집아이까지 맡아 키우는 분들이 말이다.

  이튿날 아침 나는 또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멀리서 보아도 나무가 줄느런히 세워져 있던 자리는 비여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나무단 대신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하고있었다. 아직도 채 나르지 못한 것이 있는가? 가까이 가보니 그런것이 아니였다. 그 나무군은 쑥대를 벤 자리를 파번지고있었다. 아침에 꽤 일찍 나왔는지 파번져 놓은 면적이 퍼그나 되였다.

  아. 이런 일이였구나. 원래 나무군이 쑥대를 벤 것은 화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이곳에 밭을 일구기 위해서였구나. 이 자리에 강냉이도 심고 고추도 심고 감자도 심으려고. 그러나 내 마음은 어쩐지 나무군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흥분되지를 않았다. 도리여 서글픔이 온 마음을 잡았다. 이들은 지금 강안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있다. 그러면 고향에 있는 터전은 누가 다루어주는가?

  고향에 있는 감자밭과 고추밭을 버리고 이곳에 와서 강안을 뚜지는 그네들, 그네들은 손자나 손녀의 공부를 위해서 고향을 떠나 이 자그마한 현성에다 보따리를 풀어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손자와 손녀를 키워야 하는 그애들의 부모들은 어디에 갔는가? 돈 벌러 떠났단다. 돈을 많이 벌어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단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의 떠남으로 하여 황페해진 고향을 떠올려본 적이 있을가?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쪽지게를 메고 쪽박 차고 와서 피땀으로 일궈놓은 고향. 그들의 아버지들이 그들을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새밭마저 몽땅 개간해서 가꾸어온 고향. 또 그들이 떠남으로 하여 그들의 자식들도 부모들도 떠나야 하는 고향.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의 뛰여다니는 모습도 보기 힘들고 개짖는 소리조차 듣기 힘들어진 쓸쓸해진 고향을 말이다. 지금은 그들이 가꾸던 앞터전 뒤터전에서도, 동구밖의 강냉이 밭에서도, 물건너의 벼밭에서도 인제는 우리의 부모, 형제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고향이다. 다루는 사람이 없으므로 하여 황페하여가는 고향, 고향의 황페함으로 하여 점점 드물어지는 인적. 현성 주위의 조선족농촌은ㅡ우리의 고향은 이렇게 황페해 가고있다. 그렇다면 현성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그들을 위하여 꾸려진 이 학교는 또 어떻게 되여가겠는가?

  '선녀와 나무군'이란 노래가 문뜩 떠오른다. "하늘의 뜻이였기에 서로를 이해하면서 행복이라는 봇짐을 메고 눈부신 사랑을 했죠. 그러던 어느날 선녀가 떠나 갔어요. 하늘높이 모든걸 다 버리고 저멀리 떠나갔어요."하늘에서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는 사슴이 맺어준 인연으로 나무군과 사랑을 하고 아이를 둘 낳아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선녀는 하늘에서 내려올 때 입고있던 그 날개옷을 잊을수가 없었는데 나무군은 선녀의 간청을 이기지 못해 감추어두었던 그 날개옷을 꺼내주었다. 날개옷을 입자 선녀는 두 아이를 량쪽에 끼고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선녀는 떠나갔다. 왜서 하늘 높이 떠나갔을가?

  하나 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고있다. 다시 돌아오려는 기약이 없이. 집도 팔고 땅도 팔면서.

  하나 둘 학교의 교실들이 비여가고있다. 운동장의 뛰여노는 애들의 모습도 점점 줄어들고있다.

  다들 어디로 갔는가? 어디로 가는가?

  화목주간이면 아버지를 따라 새나무하러 다니던 이야기는 이제는 아득한 추억으로만 남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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