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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연재]우리 조선족은 대단히 축복받은 민족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hljxinwen.dbw.cn  2018-07-06 08:49:00

    어느 조선족 80후 아빠의 딸을 위한 열흘간의 문화체험기

  (흑룡강신문=하얼빈)북촌한옥마을 투어와 서점에서의 단상

  지난 밤 경복궁 야간 투어의 연장으로

  오늘은 그 인근의 북촌 한옥마을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서점에 들려 두가지 언어를 하는

  우리 모습에 대한 단상을 해봤답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네요…

  비다...

  아침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어느 순간엔가 구질구질 패턴으로 바뀌고 이와 같은 한국의 기후 특징 상 십중팔구는 호우가 아닌 하루종일 계속 이어질 기미다. 아니 이쪽에서 벌써 엄마가 All Mighty 스마트폰의 기상 앱으로 상기 예상이 완벽히 들어맞음을 입증해준다.

  비가 온들 어떠하랴, 작정을 하고 나온 이 몸들의 한국문화기행의 굳은 의지는 이런 시시한 가을비 앞에서 추호도 동요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리라. (쓰나미정도라면 몰라도...)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추석이 지난 뒤 초가을에 일정한 강우량이 좀 있을 것 같다는 한국의 기후 상식을 엄마 한테 상기시켜 드렸더니 바로 짐 트렁크 빈 공간에 디즈니 미키로고가 박힌 식구들의 우비를 알뜰히 챙기셨다.

  진화론과 동반 언급되며 거론되는 인류문명 발전 과정의 결정적인 단계가 바로 직립보행에 이은 두손의 해방이라고 그랬다. 비오는 날 우산은 항상 한손을 할애하여 들어줘야 했고, 그것이 불편한 우리는 단지 여행의 편의성이라는 현실적인 수요로부터 입각한 두손 해방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뿐이다. 비오는 날 우산 쓰고 폼 잡을 여유가 없고 두손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실용적인 부분을 먼저 감안해야 하는 여행인지라 그런 면에서 우비는 벗었다가 다시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그런 사소한 번거로움에 개의쳐 할 우리가 아니지 아닌가?

  빗속으로의 행군을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한량껏 사를 수 있도록, 아침밥을 든든하게 챙겨먹는 것은 필수요, 룰루랄라 빗 속으로, 지난 밤 경복궁 야간개장의 연장으로 오늘은 그 옆동네인 북촌 한옥마을 투어가 메인 코스다.

  우비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에 가락을 맞추며 아기자기한 전통 한옥들 사이를 누비는 골목 투어에서 남다른 낭만과 정취가 느껴진다. 남다른 정취라... 자주 상기되는 서정적인 감탄사다. 어휘력의 부족으로 느낌 표현의 따분하고 단조로운 자신의 한계가 느껴지는 조금 궁핍한 순간이다.

  비처럼 음악처럼, 비속에서 걷기의 낭만은 구질구질함과 축축한 냉기라는 현실 앞에서 금세 한계를 보여주고 만다. 어른들만의 여행이 아닌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은 모든 스케줄과 템포는 병아리 같은 딸래미의 상태에 맞춰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저 앞의 비탈길을 넘자 '창덕궁'의 멋진 탑이 보이는 멋진 전경의 언덕 위에서 빗물과 한기에 으스스 추위가 느껴진다 싶을 위기의 찰나, 고풍스러운 전통 찻집이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짠 하고 나타났다.

  구불구불 멋진 소나무가 자란 정원이 보이는 전통 한옥을 개조한 찻집인데 문옆의 간판을 못보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찻집인줄 아마 상상도 못했으랴. 이쁜 개량 한복 차림의 친절한 직원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목조 가구와 마루바닥에는 방석이 놓여진 단상 앞에 착석을 하는 고풍스러운 찻집 스타일이다.

  정원을 둘러싼, 3면이 서로 통하는 가옥들은 가운데 위치한 정원을 향한 벽은 유리로 되어 있고, 그런 위치에서 예쁘게 가꿔진 아름다운 정원을 지척에서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는 참으로 앉아만 있어도 시흥이 절로 날 것만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다.

  한옥 기와와 처마끝을 타고 구슬처럼 떨어지는 빗물, 그렇게 커튼 처럼 드려진 빗방울이 예쁜 유리 창가에 앉은 우리 일행, 어린이는 따뜻한 팥죽, 엄마는 뜨끈한 대추차, 아빠는 전통 찻집의 추천 메뉴인 쌍화탕으로 이렇게 비오는 날 쌀쌀한 한기를 떨쳐내고자 느긋한 여유를 본격적으로 즐긴다.

  북경에도 찻집과 카페가 많다고 하지만 이 집처럼 아늑함과 평온함이 소소한 감동을 타고 다가오는 그런 느낌은 처음이라고 말 하고 싶다.

  더우기 4살짜리 어린이가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2시간이나 조용하게 진정을 시켜주는 평화와 안녕의 공간은 엄마 아빠에겐 성지(圣地)와 동등한 심리적 대우로 받들어 대우하기에 추호의 부족함이 없다.

  평화의 안녕을 깨뜨릴라 열심히 정원을 스케치북에 담고 있는 딸애에 방애가 되지 않게 엄마 아빠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렇다. 아빠는 엄마랑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그 전제가 아빠는 엄마와의 대화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포인트가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얘기하기를 좋아 하고 누군가는 잘 들어 주는 혹시 뭐 그런 구도일 가능성도...

  연애시절 아빠는 관심갖고 좋아하는 무기며 각종 비행기들를 주구장창 나열하는 밀덕담을, 예를 들면 나폴레옹시대의 전장식 플린터락 머스켓의 긴 장전시간과 사거리, 총기 화력의 제한성으로 말미암아 고안해낸 밀집대형 전술, 그런 전술적인 수요로부터 내려온 제식 대열행진 훈련의 전통, 이런 꽉 조여서 막힌 줄을 맞추며 똑바로 걷기를 강조하는 기계적인 훈련이 현대 군대의 훈련 교과과목에서 차지하는 현실적인 의미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반성적인 사고... (이게 뭔 소리여...ㅋ) 데이트를 하면서 글쎄 이런 '미친 소리'를 정색해서 하는 한심한 놈의 얘기를 그녀는 재미있게 들어주었고 그런 그녀의 천사같은 선행에 이 '한심한 놈'은 결국 구원을 맞이했었고 철이 들기 시작했고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뮤지컬도 로맨틱한 감정을 상기시키며 감상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아빠는 그래도 '레 미제라블'의 혁명전야의 4중창이 더 간지나더라)

  아무튼 공통된 화제거리는 대화의 재미를 가미시켜주는 감미로운 윤활제이다. 요즘 들어 '호모사피엔스'와 같은 인류역사와 관련된 저서들을 탐독하시더니 엄마는 '집단의식'과 '개체의 존재'라는 어려운 인문학적인 명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신다.

  엄마의 일취월장하는 지적인 섹시함에 아빠도 기억 속 깊숙히 비축해 두었던 지식들을 총동원하며 학술적인 레벨로 맞대응을 한다. 간만에 짜릿한 두뇌 게임을 했더니 녹슬 것만 같았던 뇌도 흥분을 한다... 이 상태로의 발전 추세로부터 감안할 경우 엄마의 다음번 행선지는 무조건 종교, 철학쪽일 것 같다는 예감이다. 아... 그러면 이 아빠는 상대하기 좀 버거운데 말이여.

  사락사락 내리는 빗방울이 나뭇가지를 타고, 지붕의 기와를 타고, 처마를 타고 정원의 꽃망울 속에 떨어지더니 그 속에 잠깐 머물다가 줄기따라 잎새따라 정원 마당에 곱게 깔아 놓은 조약돌 위에 사뿐히 굴러 내려온다.

  딸애의 스케치북은 어느새 울긋불긋 정원의 꽃과 잎새들로 곱게 채워져 가고 그렇게 그림 그리기 삼매경에 푸욱 빠진 채 색연필로 열심히 색칠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렇게 건전한 놀이에 집중하고있는 대견한 어린이를 어찌 방애할소냐고 엄마 아빠는 핏대를 세우던 학술적인 대화에서 진정을 하고 다시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 나간다.

  여행이라는게 원래 잠재하고 있는 감수성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데가 있는지 아니면 이곳의 분위기가 다른 곳과 사뭇 다르게 창의력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가 있는지 아무튼 여행을 온 지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 딸애의 어휘력과 관찰력, 그리고 자립성과 창의력 영역에서 우리에겐 눈에 띄는 발전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역시 오길 잘했다고 엄마 아빠는 입을 모은다.

  대화가 이젠 즘즘해지려고 하는 순간 옆 테이블의 아줌마들의 수다에 자연스럽게 귀가 쏠리기 시작한다. 남편은 직장, 애들은 학교로 보낸 뒤 이른 낮시간부터 이런 한가한 다과 모임을 가지는 건 평범한 주부라고 보기에는 다들 너무나 여유로우셔 보였다.

  "그때 내가 말이야, 8년전에 XX에 있는 건물을 사는 건데 우리 남편이 그렇게 말리더니만..."

  "아이구~, 지금 그 건물이 그 가격이 아니여~"

  "아쉽네, 아쉬워"

  8,000원에 한잔 하는 차집에서 주워듣는 화제의 스케일은 역시 일반 커피숍과는 다르구나 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엄마와 주고 받는다.

  아줌마들이 건물 얘기를 무슨 아침시장 채소가격 시세를 거론하시는 것마냥 가볍게 다루시는 모습들이 그냥 놀랍도록 신기할 뿐이었다.

  어디 가나 있으신 분들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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