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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 겨울이 가기 전에
//hljxinwen.dbw.cn  2018-03-12 14:50:00

  (흑룡강신문=하얼빈)눈이 내린다. 소록소록 기척없이 많이도 내린다. 도로 옆 가로수에도,참새가 잠간 놀다 가는 창턱에도 햇솜같은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다. 두 볼이 빨간 계집아이가 칭얼대던 공원의 흔들이 그네 위에도, 길가 주인 잃고 다소곳이 새침 떠는 노란색 자전거의 손잡이에도 포동포동 살이 오른 새끼토끼같은 눈덩어리가 동그라니 앉아서 한가롭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세상이 하얀 날 두손 꽁꽁 얼구며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 갑돌이와 갑순이라고 이름 지은 촌스러운 아이 둘을 만들어 굳이 손을 맞잡게 해놓고 한참 멀리 떨어져서 키득키득 웃어주고 싶다.

  이렇게 눈이 오는날 아직 오염되지 않은 나의 맑은 세포가 사뿐사뿐 내려오는 저 눈꽃 요정들의 틈에 끼어 나불나불 춤이라도 추고 싶다. 춤을 추며 너의 어깨를 찾아 살며시 녹아들고 싶다. 언젠가는 그 속에 스며들 수 있겠기에 나는 한쪽 눈을 깜빡이며 그젯날의 그 윙크를 연습해 보련다. 그래서 너와 혹 모를 마주침의 찰나 불발탄이 없도록 골똘히 연습을 하련다.

  이제 눈 녹은 자리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한마리 노랑나비로 깨어나서 너에게 날아가고 싶다. 너에게 들려줄 사랑의 밀어를 놓치지 않도록 마음이 착한 바람 몇오리도 데리고 가련다.

  내가 긴장을 해도, 긴장을 해서 말을 더듬으며 채비했던 속말을 엉뚱하게 고백하더라도 이 착한 아이들이 나를 도와 바로잡아 줄 것이고 필요할 땐 그쯤해서 피어있을 맨드라미 꽃의 향기를 얻어다 너의 후각을 자극하며 나의 말이 진심이란 걸 믿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닥 세지 않은 바람이 조용히 지나다가 무겁게 눌리워 인상을 쓰려고 잡도리 하는 소나무 가지 하나를 건드린다. 그 한오리 바람이 툭 하고 떨어뜨리는 저 한뭉테기 눈을 받아서 너의 엉덩이를 후려치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모서리가 날카로와 나의 마음을 자꾸 아프게 하는 너의 못생긴 심보를 깨우치고 다듬어주고 싶다. 그것들이 사무친 것이어서 깨놓지 않고는 못견딜만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내 마음이 아파하고 있음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너만 바라보는 어리보기 사랑이 상처를 덜 받아 탱글탱글하고 또렷한 모양새 그대로 혹은 좀 멀리서 혹은 너의 앞머리카락에 매달려 오래도록 너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

  온 동네가 하얀 눈에 묻혔다. 산도 하얗고 집도 하얗고 화단에서 겨울잠에 빠진 이름 모를 잔가지나무도 두껍게 흰눈을 쓰고 웅크리고 있다.

  무엇을 팔려는 간판인지 눈송이를 그대로 들쓴 채 '치(痴)'라는 글자 하나만 유난히도 반짝거리고 있는데 그 바보스런 불빛때문에 콧등을 타고 흐르는 맹랑한 눈물이 이토록 서러워서 흐느낀다. 이 콧끝이 시큰함은 아무래도 못난 니가 그리워서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하얀 날에 너에게 하얀 편지를 쓰고싶다. 벽난로가 있는 까페에 들러 따끈한 커피 한잔 마시며 내 마음을 보내고 싶다. 혼자 마시는 커피가 과히 쓰지 않게 우리의 달콤했던 추억들을 같이 겯들이고 싶다. 커피잔의 가장자리로 반짝 굴절되며 빠르게 사라지는 저 빛이 기특한 전령사 되어 한기에 혼자 떨고 있을 너를 불러 들이면 좋겠다. 그리고 니가 따뜻하게 마음을 덥힐 수 있도록 카프치노 한잔을 미리 부탁해둘 것이다. 영혼 없는 휘파람 불기 그만하고 너무 늦지 않게, 커피가 아직 따뜻할 때 벽난로가 있는 까페에 들렀으면 좋겠다. 같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이런 날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이 겨울 다 가기 전에 너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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