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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오백자소설] 묶음
http://hljxinwen.dbw.cn  2017-09-05 07:51:02

  출가

  명수는 갑자기 출가하여 까까머리 중이 되겠다고 했다.

  "당신 미쳤어요?"

  안해는 하늘 땅이 맞붙는것 같았다. 너무 울어서 목도 쉬였다.

  "아빠, 가지 말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도 엄마따라 울어서 얼굴이 통통 부었다.

  회사일로 반년남짓 운남에 가있는 사이도 안해가 외로워 한다며 밤마다 전화 한통씩 걸어오던 살뜰한 남편이 아니던가? 귀여운 딸애가 눈에 밟힌다며 만화책이며 놀이감이며 사흘이 멀다하게 부쳐보내던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던가?

  "당신 밖에 다른 녀자 생겼어요?"

  "아니..."

  "그럼 혹시 사람을 죽였거나 무슨 큰 죄를 지었어요?"

  "아니..."

  "그럼 도대체 왜요?"

  "... ..."

  명수는 묵묵 부답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명수는 또박또박 글을 쓴 메모 한장 남겨놓고 끝내 떠나갔다.

  -여보, 미안하오! 사랑하는 당신과 딸애 곁에 더러운 에이즈병이 있어서야 되겠소...

  인터넷 쇼핑

  휴일날 오후다.

  남편이 텔레비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또 택배였다.

  요즘들어 안해가 인터넷 쇼핑에 미쳐서 시도 때도 없이 택배가 날아들었다.

  "여보, 그 정력을 좀 홍이한테 돌리라니까!"

  오전에도 남편은 볼멘 소리를 했다. 네살나는 딸애 홍이는 에미를 닮아 춤만 잘췄지 아직도 색갈을 잘 가리지 못했고 10이하 수자도 쓸줄 몰랐다.

  소포를 헤쳐보니 우산이 나왔다.

  "며칠전에도 우산을 샀는데... 이거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이때 방에서 딸애를 끼고 낮잠을 자던 안해가 부시시 거실로 나왔다.

  "우리 집엔 돈이 썩어나는거야?"

  "어머? 우산이네... 이건 내가 산거 아닌데..."

  "그럼 내가 산거야?"

  남편은 목에 피대를 세웠다.

  "내가 컴을 잘못 눌렀나? 그럴리가 없겠는데..."

  "변명 하지마! "

  어른들이 떠드는 소리에 딸애도 자다가 놀라 방에서 나왔다.

  "오- 우산! 이건 내가 산건데..."

  "뭐야? "

  남편과 안해는 동시에 입이 벌어졌다.

  "네가 어떻게?..."

  "저도 엄마처럼 했어요."

  "그래 그래, 장하다 홍이야!"

  남편은 딸애를 번쩍 들어올렸다.

  "당신 인터넷 쇼핑 계속해도 돼! 그런데 이 녀석 데리고 같이 해!"

  남편은 흥분되였다.

  전화

  -동주야, 저녁에 술 마시자!

  -무슨 좋은 일 있나?

  -진호가 할빈에 온대.

  -서울에 있는 진호가?... 언제?

  -오늘 오후, 나보고 공항에 마중 나오래...

  -야, 그 녀석 본지도 정말 오래다.

  -저녁 6시, '한라산'에 오라. 너의 처 분녀도 데리고 오라. 진호는 분녀라하면 오금 못쓰잖나...

  -허허 그런데...

  -임마, '그런데'가 어디 있어, 오늘은 하늘이 무너져도 와야 해, 끊는다!

  ... ...

  -동주야, 왜 오지 않니? 진호하고 나 눈빠지게 기다리는데... 진호는 너 처 분녀도 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입이 귀에 가 걸렸다. 전화 바꾼다...

  -동주야, 나 진호다. 난 멀리 서울에서 날아왔는데 네놈은 코밑에서도 이렇게 늦냐?... 네가 늦으면 분녀라도 먼저 보내던지...

  -임마, 너 진호가 아니라 진호할배라 해도 우린 지금 못 가.

  -왜?

  -여긴 미국 애틀랜타야, 딸네 집!

  ... ...

  못난 계집애

  금방 회사에 취직한 외동딸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저녁상을 물리자 안해가 돈 3백원을 내놓았다.

  "우리와 같은 종친인 쌍가매네 알지? 그집 손주가 래일 첫돌 생일인데 이 돈을 너네 몫으로 내놓거라."

  "잠간만! 내 철이하고 상의해보고..."

  딸은 철이라는 남자친구의 팔을 끌고 다른 방으로 간다. 그러더니 안해가 내놓은 돈은 도로 돌려주고 저희들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석장을 꺼낸다.

  "이제부터 이런 인사는 우리절로 할래요."

  안해가 또 입을 열었다.

  "돌상은 새벽 5시에 받긴다는구나, 너희들도 래일은 일찍 일어나야겠다."

  "잠간만!..."

  딸애는 또 남자친구의 팔을 끌고 다른 방으로 간다.

  "엄마, 우린 애기 상받는건 보지 않을래요."

  딸애가 다시 들어오며 하는 소리다.

  그날밤 자리에 누운 안해는 어깨를 들먹이며 슬피 울었다.

  "못난 계집애!... 이십여년이나 키워준 이 에미하고는 한마디 상의도 없고..."

  "그만하라구, 당신도 옛날엔 그랬잖아..."

  "내가 언제?..."

  "내가 처음 당신 집에 갔을때... 어두운 밤, 울바자 옆에서 장모가 혼자 '못난 계집애'하며 우시던 일..."

  "전 몰라요!"

  안해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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