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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걸어요
http://hljxinwen.dbw.cn  2017-05-19 10:17:53

  (흑룡강신문=하얼빈) 혼자 조용히 서재에서 컴퓨터를 마주하고 타자하고 있는데 객실에서 TV를 보던 안해가 들어와 말없이 어정거린다. 아침식사 후 벌써 세번째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데 차마 말은 못하고 내 눈치를 보는것 같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고개도 안 돌리고 물었다.

  "아~니~" 안해는 말을 좀 길게 뺀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런데 왜 서너 번씩 들락날락 해?"

  안해는 내가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행여나 방해될까 웬만해서는 들어오지 않는다.

  "가서 민들레를 캐와야겠는데, 자기 지금 시간 없잖아?"

  "왜?, 혼자 가면 안돼? 혼자도 잘 다니더니"

  "그런데 내가 지금 가려는데는 외딴 곳, 사람 안 다니는 곳이야. 혼자 가기 겁나. 거기 있잖아, 저번에 자기하고 산책나갔을 때 갔던 강 건너 수림 말이야, 저번에 보니 민들레가 가득 돋던데 요 며칠 비가 많이 와서 많이 컸을 거야, 마침 오늘 날씨 좋아서 캐서 데치면 말리기도 좋구요"

  나는 책상우에 벌여놓은 원고지들을 보았다. 석달너머 컴퓨터를 설치하지 않았던 탓에 내처 쓰기만 해서 타자해야 할 원고가 수두룩 밀려있다. 하지만 나는 쾌히 응낙했다.

  나는 안해가 들이나 산으로 나물 뜯으러 가자 할 때엔 거의 거절하지 않는다. 겁이 많은 안해를 동무해주기 위해서다. 사내라는게 안해의 그만한 요구는 꼭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해의 얼굴은 대뜸 환해졌다. 안해는 내가 따라나서 주면 몹시 좋아한다. 안해의 말을 빈다면 나물 뜯는 재미도 재미지만 둘이 함께 이렇게 가면 들놀이, 산 놀이 기분이란다. 그래서 겨우 반나절이나 한나절씩 있다 오지만 과일에 주스에 과자까지 먹고 마실것을 잔뜩 챙겨간다. 그럴수록 그 기분을 맞춰주려고 나는 더 따라준다. 내 일이야 밤늦게까지 좀 더하면 되니까.

  부부 정이란게 어디서 오는걸까? 아프고 어렵고 힘들 때 서로 보살펴주고 힘을 실어주며 함께 있어주는데서 오는것이다.

  나는 안해에게서 가방을 앗아 메고 씩씩하게 문을 나섰다.

  안해는 등 뒤에서 천천히 가자며 거친 숨소리를 내며 따라 온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느려지는 안해의 발걸음. 함께 같이 산책을 나가도, 쇼핑을 나가도 안해를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잦아진다. 젊었을 때는 총총걸음으로 용케도 따라오더니 …

  안해도 늙어가고 나도 늙어간다. 래서 나는 산책하다 자주 걸음을 멈추어 서서 기다렸다가 안해와 손잡고 나란히 걸어간다.

  젊어서 가끔 년로한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서로 의지하면서 나란히 산책을 하는것을 보게 되면 어쩐지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꼭 그렇게 살거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벌써 우리가 그 년로한 부부가 되여가고 있다.

  서로 손을 맞잡고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함께 걸으면서 대화하면 많은 일을 소통도하고 토닥토닥 다툰것도 화해하고 마음속에 맺혔던 응어리도 풀고 …그래서 우리는 늘 둘이 함께 드라이브도 하고 등산도 하고 쇼핑도 한다.

  나란히 손잡고 길을 갈 때면 둘은 절대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높낮이도 없다. 길을 가다 어느쪽이 힘들어 하거나 아파하면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어떤 실수를 하여도 서로를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젊을 때 서로의 몸을 매만지던 손길이 이젠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손길로 바뀌였다.

  아름다운 추억도 많다. 아주 오래 전 젊은 시절, 봄에는 둘이 함께 들꽃이 드문드문 피여있는 들판을 비를 맞으며 산책하고 나물을 뜯고 여름에는 둘이 함께 강에 나가 빨래하고 미역을 감으며 가을에는 둘이 함께 산으로 단풍구경 나가고 함께 밭에서 이삭주이를 하고 겨울엔 집에서 함께 배추김치를 절이고 함께 창문지를 바르고 함께 화토불에 숯을 보태며 긴긴 겨울 밤을 보내기도 했다.

  나의 삶에서 가장 큰 힘을 실어준 사람은 늘 안해였다. 하기에 그 보답으로 될수록 안해와 많이 손을 잡고 거닐어야 할것 같다.

  아들은 내가 제 엄마와 함께 손잡고 도심의 륙교에 오르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단다. 그것을 보면 행복하단다. 그럴 때면 나는 아들에게 늙어서의 애정은 바로 부부가 사계절 함께 있고 죽을 때까지 함께 있는것이라고 일러준다.

  /김춘식

  jinchunzhi20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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