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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수상작]달려라 준마야
http://hljxinwen.dbw.cn  2014-12-31 15:59:07

  녀성수필 응모작품

  달려라 준마야

  할빈 장련춘

  (흑룡강신문=하얼빈)하아얀 천을 펼치고 은빛 바늘을 손에 들면 마음은 하얗게 비여가고 환상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자그마한 그러나 날카로운 바늘이 지나가는 자욱마다 가녀린 실오리가 요리조리 옮아가며 여러가지 무늬와 도안을 수놓아간다. 한올의 추억과 한올의 동경, 한올의 인고와 한올의 수확, 한올의 기도와 한올의 바램으로 나만의 터전에 나만의 세계를 수놓아간다.

  검은 실은 흰 바탕을 이리저리 누비며 달리는 준마의 륜곽을 선명하게 박아넣는다. 붉은실, 흰실, 검은실, 록색실, 황색실은 차례로 부동한 색갈과 모양과 자세의 말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흰실은 쉼없이 달리는 말발굽에 찬바람 감돌게 하고 은색실은 흩날리는 말갈기가 창공에서 기발처럼 훨훨 나래치게 한다. 앞장서 달리는 적토마, 뒤질세라 꼬리를 물고 따르는 백마, 흑마, 록마, 황마…한바늘한바늘 이어지는 손길을 따라 네굽을 안고 달리는 준마 여덟필이 차례로 수놓아진다.

  말은 달린다. 하아얀 세계를 하염없이 달린다. 시간을 뛰여넘어 공간을 날아넘어 종횡무진으로 새로운 궤적을 향해 달리고 달린다. 주무왕을 태운 신화의 팔준마, 백락의 은총을 받은 행운의 천리마, 한무제 령토확장의 꿈을 싣고 서역과 북방을 질주하는 천군만마, 칭기스칸의 야심과 용맹을 싣고 초원을 주름잡던 무적의 몽고마, 서비홍의 붓끝에서 동서방예술의 정화로 피여나 세계화랑을 우쭐 독보하던 리상왕국의 준마…

  그들은 창백하게 비여있던 화폭을 메울듯이 채우며 허망하던 마음을 터질듯이 부풀리며 바람으로 빛으로 꿈으로 나를 부활시킨다. 내 마음도 말을 타고 래일을 달리고 있다.

  적토마야 달려라, 너만의 세계를 찾아 쉬임없이 달려라. 가시덤불이 앞길을 막아도 돌맹이가 발굽에 쩡쩡 부딪쳐도 부림소보다 못한 불우한 현실이 발목을 매여도 머리를 숙이지 말자. 날개를 달고 험준한 산천과 창망한 하늘을 날으는 천마가 되여 하늘땅을 자유로이 헤가르며 마음을 둥글리우자.

  백마야 달려라, 너만의 사랑을 찾아 쉬임없이 달려라. 진실과 순정이 휴지처럼 구겨지고 버려져도 인간성을 잠식하는 벌레들이 야금야금 달려들어 못견디게 괴롭혀도 배반과 음모가 그림자처럼 따라와 궁지에 몰아넣어도 너만의 순수함을 잃지는 말자. 푸름의 향기를 풍기며 황막한 사막을 오아시스로 물들이는 삶의 신기루를 끝끝내 만들어가자.

  흑마야 달려라, 너만의 월계관을 찾아 쉬임없이 달려라. 성공과 실패의 변수가 란무하는 마당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마음을 늦추지 말고 달림을 멈추지 말고 최선을 향해 거듭나기를 기원해보자.

  문득, 달리는 준마들사이로 조고(赵高)가 사슴을 끌고나오며 진2세한테 아뢰는 모습이 떠오른다.

  “임금님, 이것이 말이올시다”

  “재상, 이것이 어디 말인가? 사슴이지.”

  “말이올시다. ” 한 신하가 말한다.

  “사슴이옵니다.” 다른 한 신하가 말한다.

  결국 조고는 사슴이라고 실말을 한 신하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진2세의 왕위를 찬탈하였다.

  사슴을 말이라고 한 (指鹿为马) 조고의 뒤를 이어 천리마패쪽을 건 노새의 당당한 모습이 떠오른다.

  “잘 달리는 말보다 잘 보이는 말이 진짜말인데 누가 감히 나를 천리마가 아니라고 한단 말이냐? 백락이라는 이름을 내덕에 가지고도 언감생심 나를 부정해?”

  이어서 절뚝거리며 마구간에서 걸어나오는 천리마의 하소연이 들리는듯하다.

  “어이구 배가 고파, 어이구 마음이 아파, 그래 나를 알아줄 백락은 어데 갔단 말인가? 그래 나를 질주시킬 주인은 태여나지 않았단말인가? ”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올리며 꿈과 삶의 거리를 막연히 떠올리며 수놓이를 하던 나의 손이 바늘에 콕 찔리운다. 알알한 아픔이 손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에로 솨— 퍼져가며 심장마저 저리다. 세계관이 아프고 리념이 싸늘해진다.

  그렇게 묵연히 그렇게 텅빈 모습으로 잠자코 있노라면 시간은 바늘과 실사이로 뺑소니쳐버리고 나만이 허울처럼 버려진듯하다. 그렇게 한참 있노라면 그 무슨 소망도 실망도 감개도 느낌도 하얗게 바래여지고 마음은 다시 수놓이천마냥 깨끗이 비여있다. 그렇게 멍하니 비여있는 자신의 마음과 수놓이천을 들여다보느라면 손끝은 저도몰래 본능처럼 바늘과 실을 찾아 더듬는다. 그리고 수놓이를 계속한다. 새로운 풍경을 수놓는다.

  바늘가는대로 실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준마가 계속 달리기 시작한다. 하늘과 땅, 구름과 화초, 바람과 구름, 달과 별, 그리고 빵과 맥주…들이 너울거리는 풍경을 하나하나 뒤로 넘기며 준마가 달린다. 마음이 달린다.

  달려라, 준마야! 너만의 시공을 향해 영원히 걸음을 날려라.

  달려라, 마음아! 나름의 꿈을 향해 활—활 신념을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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